저녁은 막 오븐에서 꺼내 치즈가 녹아내리는 라자냐였다. 얇게 구워진 밀가루 층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비프소스를 보자 짭조름한 소스가 베인 기름진 고기 맛이 느껴져 입맛을 다셨다. 집에 이런 재료가 있었던가? 아리송한 얼굴로 라자냐 위에 수북하게 쌓인 치즈가루만 포크로 쿡쿡 찌르고 있자 오이카와가 유리잔에 따른 물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얘기했다.

“집에 밀가루랑 미트소스, 조금 남은 양파랑 유통기한 끝나가는 다진 소고기가 좀 남아 있길래 만들어 봤어. 치즈는 이와쨩 나갈 때쯤 마트에 가서 사왔고.”

“…괜찮아 보이네.”

“그치? 실력발휘 좀 해봤어. 안 먹고 뭐해? 어서 한번 먹어봐.”

맛있을 거 같지? 다 알아. 그런 얼굴로 오이카와는 내게 빨리 포크를 들것을 종용했다. 방글방글 웃는 저 얼굴이 방금 전까지 집주인을 괴롭히던 녀석과 같은 녀석인지 의심됐다. 얼굴 거죽을 벗겨도 분명 그 짜증나는 얼굴로 웃고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뜨끈한 라자냐를 내려다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수저라도 한 벌 사놓을걸. 독이라도 탔을 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 집안에 녀석의 지문과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이 없을 리 없으니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믿으며 나이프로 조각낸 라자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확실히 솜씨발휘를 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맛이었다.

“맛있지?”

그제야 녀석도 소스가 옆으로 흐를 만큼 크게 한 조각을 떠 입에 넣었다. 분명 내가 먼저 입에 넣는 걸 기다렸을 오이카와였다. 맛있는 것 보다 그게 더 짜증났다. 오이카와는 빤히 안다는 듯이 물 컵을 비우며 물었다.

“복직 첫날이었는데 일은 어땠어?”

“너 뉴스 안 봤어?”

“봤지. 폭죽이 그렇게 많이 터진 건 처음 봤지 뭐야.”

“봤는데 묻는 거냐?”

“봤으니까 묻는 거야.”

역시 이놈은 못 믿을 놈이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흘겨보자 녀석은 코웃음을 치며 어서 먹으라며 턱짓을 했다. 라자냐는 맛있지만 정말 믿을 놈은 못된다고 생각하며 이와이즈미는 마지막 남은 라자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분할정도로 맛있는 소스 맛이 혀를 넘어갔다. 결국 바닥까지 텅 비게 된 그릇에서 숟가락을 덜어내자 그제야 오이카와가 말했다.

“독 같은 건 안탔으니까 걱정 마.”

역시 처음 만났을 때 바로 옥상에서 밀어버렸어야 했다.


“그래서 나한테 물어볼게 뭔데 그래, 이와쨩?”

“이유가 없는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오이카와는 오른손으로는 주사위를 굴리며 왼손으로는 보드 위의 말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 직전에 보았던 그 게임인 것 같았다. 단순화한 사람 형상을 한 노란색 플라스틱 말은 3칸을 더 전진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에 당첨되었다. 꽤 만족스러운 듯 오이카와는 오른손을 뻗어 내게도 한번 던지라는 듯 주사위를 내 손에 얹었다. 받은 주사위를 손안에서 흔들고 가볍게 던졌다.

“범인이 누구일거 같느냐가 아니라 ‘이유가 없는 이유’를 물어보는 이유는 뭐야?”

“...사건이 일어났으면 범인은 당연히 있을거 아냐.”

이와이즈미의 손을 떠난 주사위는 보드위로 떨어져 세바퀴 반을 구르고는 숫자 1이 꼭대기가 되었다. 플라스틱 말이 도착한 곳은 한 칸을 더 지난 ‘스타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기’였다. 늘 이런식이었다.

“그건 정답이야. 사건이 끝났으면 분명 시작한 사람이 있을 거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유가 있으리라는 법은 없어. 누구나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거든. 이와쨩처럼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걸?”

오이카와는 나온 결과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시작점에 놓고 다시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1부터 10까지 적힌 주사위는 아무 이유 없이 굴러 아무 이유 없이 10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10이라는 숫자가 나온건 주사위의 자의가 아니다. 주사위는 준비되어 있는 것 뿐, 굴린 것은 오이카와였다.

“그러니까 이유에 집착하지 말고 상황을 봐. 명분을 가진 상상 속의 용의자를 만들지 말고 현장만 보면 뭔가 보이지 않겠어?”

말은 보드의 중간에서 멈췄고 오이카와는 더 이상 주사위를 굴리지 않았다. 아무도 소리내지 않는 거실에서 그의 말을 듣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이와이즈미와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는 오이카와와, 속에 든 것 없는 곰인형 뿐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이불 속에서 아직 뜨끈한 손을 꺼내 머리맡에 있는 알람시계의 버튼을 눌렀다. 오늘도 언제나와 똑같이 벨이 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뜨였다. 본격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의 새벽6시 공기는 언제나처럼 차가웠다. 그래도 일어나야했다. 어제 결정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발바닥 밑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한기는 거실의 창가에 도착할 때 쯤 절정에 달했다. 손을 뻗어 닫혀있던 창문을 열자 곧 한기는 사라지고 냉기가 집안으로 막을 새도 없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는 창가에 턱을 걸치고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았다. 점점 감각이 무뎌지는 뺨을 내버려두고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오른손을 들어 얼굴에 갖다 대자 순간 찌릿한 아림이 울렸다.

전날 오이카와에게 들은 대답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와이즈미의 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머리로는 맞다 생각해도 몸이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남은 왼손에 들고 있던 비닐에 쌓인 담뱃갑을 내려놓고 반대편 볼에 가져다댔다. 냉기에 더욱 차가워진 뺨에서 느껴지는 것은 방금 전의 아림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날카로웠다. 무슨 일이든 늦는 것은 좋지 않았다. 어제 보았던 주사위가 이와이즈미의 머릿속에서도 굴러갔다. 손을 떠난 십면체의 주사위는 아무이유 없이 바닥을 몇 번이고 굴러 숫자를 내놓았다. 떨어진 숫자와 동시에 이와이즈미는 눈을 떴다. 여전히 냉기가 들어오는 창문을 닫지도 않고 그대로 다리를 움직여 거실 옆 작은 방, 지금은 오이카와의 방이 된 곳에 문을 노크도 없이 열었다.

“으응”

“잠꼬대 그만하고 어서 일어나.”

“응? 이와쨩 지금 몇 시야? 아니 그것보다 추워!”

“학교에 갈 거니까 당장 일어나기나 해.”

“지금? 아침 차리라는 거야?”

“아니 너도 같이 갈 거야.”

시계는 이제 막 6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자명종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오이카와는 설마 지금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빨리 준비해. 아침은 가면서 먹으면 되니까.”

“나도?”

“그럼. 이유를 찾지 말고 현장을 보란 게 너잖아? 아니면 오늘 약속이라도 잡혀 있었나?”

“약속이라니 그런 게 어디 있겠어 이와쨩.”

“그럼 괜찮겠네. 준비해 나갈 거니까.”

“당장?”

“10분후에!”


“으으 추워.”

“그러게 더 걸치라니까 왜 달랑 코트 한 장만 걸쳐?”

“애초에 이 시간에 나가자고한 이와쨩 잘못이잖아!”

오이카와는 당장 나가자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계속해서 잠깐을 외치며 화장실과 옷장으로 몇 번이고 번갈아 뛰어든 후 골라낸 것이 지금 입고 있는 트렌치 코트였다. 아무리 봐도 옛날 탐정영화의 주인공이나 입을 법한 옷을 굳이 지금 고른 것은 평소의 악취미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 챘는지 오이카와는 덜덜 떨면서도 잔뜩 웅크리고 있던 팔을 풀고 말했다.

“이 옷도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어?”

“세상에 뭐 이런 바보가 또 있나 싶어서 본 것뿐이거든.”

“말이 심하네. 목도리나 귀마개 같은 건 하면 못생겨져서 싫단말야. 이와쨩이야말로 정말 검사 맞아? 출근할 때마다 칭칭 둘러메기나 하고, 아무리 봐도 군밤장수 같잖아.”

툴툴 거리는 소리 뒤에 네가 본 건 한 번의 출근뿐인데 왜 ‘마다’인지 구태여 묻지 않았다. 시끄러운 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이 검은색 귀마개를 귀에 더 단단히 고정하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무어라 더 쫑알쫑알거리는게 시끄러워서 턱을 묻고 있던 목도리를 벗어 녀석의 목에 조르듯 감아버리자 그제야 조용히 이와이즈미의 발걸음을 따라왔다.

집에서부터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체 되지 않아 도착한 오다바(小田場)초등학교는 공립학교에서도 꽤 유명한 축에 속했다. 이와이즈미의 손에 들린 팸플릿에는 커다랗고 선명한 노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학교폭력도 왕따도 사고도 없는 도쿄시 선정 우수 학교’

이런 글을 자랑스레 적어놓은 학교에서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으니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는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부장이 들으면 누구 편이냐고 화를 낼지도 몰랐지만 쓰레기 하나 없는 교문 앞에서 든 생각은 그랬다.

“흐음 자기들 입으로 깨끗하다고 열심히 선전은 하는데 그런 것 치고 진짜 깨끗한 건 없는 법이지.”

“자기소개 하냐?”

목도리 속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가볍게 면박을 주고 이와이즈미는 훌쩍 폴리스라인을 넘어 교문을 통과했다. 이른 아침이라 최소경비인원밖에 남지 않은 사건현장에서 둘은 막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되도록 한 시간 이내에 전부 봐야해. 일단은 옥상부터 시작하자.”

“거기가 현장이니까?”

당연한 말에 대답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이카와를 데리고 왔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기 전에 빨리 둘러보고 나올 셈이었다.


“폭죽이 몇 발이나 터졌었다고 했지?”

“예상으로는 400발 정도. 떨어져 있던 폭죽잔여물로는 300발 정도지만 밝기를 생각하면 전소해버린 것들도 있을거라는게 전문가의 분석이야.”

“당연히 남은 단서도 없고?”

“없어. 하나도. 머리카락 하나도 남아있지를 않은데다가 옥상은 펜스가 성인키보다 높아서 점심시간이라면 학생들한테도 개방되는 바람에 용의자가 좁혀지질 않아.”

“흐음 그렇구나. 고민이 많겠네 이와쨩! 이거이거 이러다 미제사건이라도 되는 거 아냐?”

터무니없이 능글거리는 말을 내뱉던 입이 째려보는 이와이즈미의 시선에 닫혔다. 이곳저곳을 훑어보던 그는 곧 통례적인 말을 물었다.

“보통 이럴 땐 이사장이 범인이잖아? 착복이라던가 뒷돈이라던가, 그게 마침 들킬 위기에 처하니까 펑 하고 터트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립학교인데 이사장이 있을 리 없잖아.”

“그럼 교장으로.”

“무라야키 사이토 67세, 평소 학교 주변 환경을 가꾸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인물로 그런 기색은 없음. 교장으로 선정될 때 말이 있긴 했다지만 뭐 그건 통례적인 경쟁같은거지 심하지는 않았대.”

“그럼 알고 보면 학생회장인 학생이 이딴 학교 마음에 안 들어! 라면서 학생들과 단체로 그런 짓을,”

“이노우에 나츠 12세, 폭탄이 터질 당시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수업 중이었고 학교가 마음에 안 들기는커녕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회장 자리에 추천된 학생. 그리고 선생들과 사이도 좋아.”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식이야?”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이와이즈미의 목도리에 코까지 파묻힐 정도로 덮어버렸다. 남의 걸 무슨 얼굴에 문지르듯 저렇게 덮냐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이 났다.

“학생들이랑 공립이다 보니 올해 새로 온 교사 2명, 그리고 원래 있던 선생들과 수위 한명. 전부 깨끗해. 뭐 불량학생이라 할 만한 애들이 없는 건 아닌데 CCTV에서는 깨끗했어. 땡땡이 친 애들도 없었고.”

“지나치게 깨끗한 쥐들이란 소리네. 그런데 집은 누군가가 더럽혔는데 범인은 없다……. 이것 참 진짜 미제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네!”

“그러니까 널 데려온 거 아니야 쿠소야.”

“담뱃갑.”

“응?”

“어제 나한테 질문 했는데 아무것도 안 묻고 넘어갔잖아? 그거 대답해주면 뭐, 생각나는 대로 말이라도 해볼게.”

“좋아. 대신에 사건이 해결되면 말할 거야.”

“자 그럼 열심히 학교를 살펴볼까!”

순식간에 달라진 태도로 오이카와는 얼굴을 목도리에서 내밀었다. 어느새 그는 내려가는 계단에 발을 얹고 있었다.

“벌써 내려가? 더 안보고?”

“이미 이와쟝이랑 같이 온 수색반들이 다 본 곳 아냐? 비전문가인 내가 봐서 뭘 알겠어. 일단 환경부터 살펴보자고.”


옥상 바로 밑인 5층에서 오이카와가 향한 곳은 교실 앞이었다.

“여긴 일반적인 자물쇠는 아니네.”

“도난사건 방지차원에서 5년 전부터 특수자물쇠로 바꿨데. 두께도 일반 것보다 훨씬 두꺼워서 자르고 침입하려해도 쉽지 않아.”

“흐응. 그럼 열쇠는 몇 벌이나 있는데?”

“모든 자물쇠는 두벌씩 있어. 담임들이 가지고 있는 한 벌이랑 교감이 들고 있는 비상용 열쇠 한 벌.”

“학생들이 가지는 일은 없는 거야?”

“동아리실이라 해도 담당선생이 아니면 못 가지니까 학생은 불가능해.”

“그럼 일단 학생들 중에 범인은 없겠네. 폭죽양도 어마어마했는데 그걸 들고 등교했을 리는 없잖아. 설사 그렇다해도 CCTV에 찍히지 않을 리 없고.”

둘은 계속해서 걸어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계단은 총 세 개로, 좌우 양끝과 중앙에 하나가 있었다. 누구나 상상할만한 심플하고 평범한 구조였다.

“CCTV는 교장실 앞에 하나, 교무실 앞에 하나, 그리고 교문 앞에 두 대지?”

“잘 아네. 내가 대답해줄 필요 없는 거 아냐?”

“그럼 그냥 얘기해?”

“뭘?”

“범인말야.”

“알 것 같아. 물론 감이지만.”

“범죄자로서의 감?”

“유치원 선생님으로서의 감이라고 해줘. 아 그게 아니면 이와쨩 친구로서의 감이라던가,”

“쓸데없는 말 말고 알겠으면 대답이나 해.”

“범인은 여기 온지 3년 이내의 과학선생이야.”

“뭐?”

이제 목도리는 거의 풀어져 목에 늘어져 있었다.

“있지? 그런 사람.”

얇은 눈웃음과 함께 오이카와는 얼굴을 내밀었다. 학교 관계자들의 프로필은 모두 훑어본 이와이즈미였다. 머릿속으로 한사람의 이름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분명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유는?”

“그건 이와쨩이 생각해. 답을 알려줬는데 나머지 정도는 알아서 맞춰야지 않겠어?”

확 저 목도리를 양쪽으로 잡아당겨 목을 졸라버릴까 하다가 이유가 궁금했다. 모든 사람이 이 일에 매달렸지만 아직 단서도 없는 일을 오이카와는 어떻게 단번에 알아낸 거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거야 이와쨩. 사람을 이유에 맞추려 하지 말고 결과에 맞춰봐.”

이유가 아니라 현장과 결과.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는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 일단 옥상까지 폭죽을 전부 나르려면 한번으로는 안 되겠지.”

“그치”

“그리고 그 양을 전부 옮기려면 제법 걸렸을 거고.”

“응응.”

“준비물로 변명이라도 하려면 뭔가 재료가 필요한 과목이어야 할 거고. 학생들의 눈에도 띄어서는 안 되겠지. 선생이라면 수업 중에도 충분히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테고.”

“자 그리고 5층에서 옥상에 제일 가까운 건 어디지?”

“과학실...이긴 한데.”

“자 그럼 나왔네. 과학선생이 범인인거야!”

이와이즈미는 진심으로 이 녀석을 한 대 후려쳐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 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이놈을 일단 한 대만 후려갈기자.

“잠깐만 잠깐만! 이와쨩 일단 주먹에서 힘 풀어! 봐봐 여기 팸플릿에서 봐도 옥상 바로 밑은 과학실이잖아? 얼마든지 폭죽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위치라고? 폭죽 도화선이야 얼마든지 길게 이을 수 있고 잠시 쪽지시험이라도 보게 한 다음에 불붙이는 정도야 식은 죽 먹기잖아. 당일에 준비할 수도 있고 누군가 출입하기 전에 방아쇠만 당기면 되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 그 선생한테 무슨 이유가 있어?”

“이유가 있던 없던 간에 가능한건 그 사람뿐이야. 아니면 내가 말했던 것처럼 교장이나 학생회장 범인 설을 믿는 거야?”

“...차라리 그게 더 믿고 싶은데.”

“이와쨩도 방금 머리로는 납득했잖아. 그럼 일단 그 선생을 체포해서 핸드폰에 사진이라도 보면?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핸드폰에 옥상 폭죽놀이 사진이라도 찍혀있지 않을까? 아니면 본인한테 직접 물어도 되고 말이야.”

첫날 보았던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도 일은 일이었다.

“틀리면 내가 책임이라도 질까?”

“내가 납득해서 하는 일이니까 책임도 내가져. 왜 당연한걸 물어? 전화하고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그게 제일 이해하기 힘든 일인데 말이야.”

“네 부장님. 저 이와이즈미입니다. 지금도 일하시는 중이죠? 아뇨, 별로 그런 건 아닌데 범인을 알 것 같아서요.”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전화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오이카와도 딱히 듣기를 바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목도리를 다시 한 번 목에 감고는 매듭을 지어 강하게 묶었다.

“나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

“부장님 만나러 가는 거지? 응. 얘기 나누고 바로 용의자부터 만나보려고.”

“잠깐만 이와쨩! 대답해주기로 했잖아.”

“아 담뱃갑?”

“응. 왜 피지도 않으면서 뜯지도 않은 걸 그렇게 들고 다니는 거야?”

꽤나 진지한 얼굴이었다. 범인을 찾을 때는 설렁설렁이던 얼굴이더니 왜 지금에 와서야 이런 얼굴일지 모를 일이었다.

“궁금하지만 남겨두고 싶은 것도 있는 법이잖아.”

“...그게 이유야?”

“일단은.”

“그럼 이와쨩이야말로 결국 아무이유 없이 그런 거잖아!”

“아니지. 이것만큼 확고한 이유가 어디 있어?”

“바보! 못생겼어!”

“못생긴 게 왜 여기서 나와?”

“기대했는데! 사실 더 있는 거지? 그런 거지?”

“정말 그게 다거든 쿠소카와야. 나 그럼 갈 테니까 집 들어가 봐.”

“점심 안 해놓을 거야!”

“밖에서 먹고 들어갈 거야.”

“할 거니까 집에서 먹어 이와쨩!”

이와이즈미는 설렁설렁 손을 흔들고는 다시 담뱃갑을 손에 굴리며 일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이상의 이유는 아직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반쯤은 사실이니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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