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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이와] 영원의 끝에서 만나요

월간 오이이와 12월호

이와쨩? 일어났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그렇게 오래 잠들면 어떡해. 누구냐니, 이와쨩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왕씨지! 눈이 평소보다 두 배는 커진거 보니까 감격이라도 한거야? 여기가 어딘지는 별로 생각할 필요 없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거든. 설명이라니, 우리가 그런게 필요한 사이는 아니잖아. 맞아 무엇보다 중요한건 우리 사이랑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거지! 에 오이, 큼 마왕씨를 처음 봤다고? 그게 정말이야? 우리가 얼마나 깊은 사이인데 잊어버렸다니 너무 슬퍼. 즐거워 보인다니 무슨 소리야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데! 여기 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잖아? 그런데 잊은 건 정말 그것뿐이야?

그러니까 이와쨩 말은 무언가 잊은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뭘 잊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거구나. 하지만 잊은 것 같다니 그건 정말 잊은 게 아니지. 정말 무언가를 잊었다면 무언가를 잊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야 하는 거야.

가슴이 아프다고? 어디가 아픈 거야? 가슴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이라, 정말로 잊지 못했나봐. 공허함을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야. 아픔을 잊을 만큼 아픈 일을 만들거나, 아픔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즐거운 일을 하거나. 어느 쪽이 좋아? 둘 다 싫다고? 까다롭네, 이와쨩. 하지만 나는 그런 이와쨩이 좋으니까 괜찮아. 내가 이와쨩을 도와줄게. 간단한 이야기야. 둘 다 싫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잖아? 그 공허함이 뭔지 기억해 내는 거야.

방법은 간단해. 스무고개 놀이 어릴 때 자주했지? 앗차, 실수. 어디가 실수냐고? 그냥 간단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해줘. 스무고개라고 해도 질문을 열 개만 받아 줄 거야. 왜 열 개냐니 그거야 내 마음이지. 여튼 질문 열 개로 이와쨩이 잊어버린 무언가를 기억해낸다면 잊어버린걸 돌려줄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게 스스로 기억해 내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잊은 모양인데 나는 마왕이니까 이정도 불합리는 당연하잖아? 도마 위의 생선과 칼을 든 요리사의 눈이 마주친다해도 동등할리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와쨩.

다시 간단하게 설명해 주자면,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알기위한 스무고개 인거지. 질문하는 사람은 이와쨩, 대답하는 사람은 나. 중간에 생각나도 후에 생각나도 이와쨩한테 좋은 일이잖아? 그래도 대답에 거짓말은 섞지 않을 거야. 오로지 내가 본 진실만으로 대답할거니까 걱정하지 마. 좋아 동의한 거지?

그럼 열 번의 질문으로 맞추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스무고개, 시작합니다.

 


Q1. 내가 잊어버린 것은 생물입니까?

A1. 일단은, 생물입니다. 처음부터 애매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해봤자 애매한걸. 총체적인거라 확실하게 대답할 수가 없어. 이것 참 큰 힌트이지 않아? 잠깐잠깐 애초에 출제자는 이와쨩이잖아. 질문이 포괄적이라 답변이 그런 건 어쩔 수 없어. 으음 그러니까 ‘그건’ 생물이기도 하지만 무형의 ‘무언가’ 이기도 합니다. 이제 확실해?

Q2. 나는 이것에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까?

A2.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랬습니다. 사람이 가지는 호감의 상태를 1에서 10까지 나눈다면 1에서 10까지 전부 겪은 게 이와쨩! 대단해라! 지금은 글쎄. 지금 여기서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Q3. 나는 이것을 왜 잊어버렸습니까?

A3. 삡삐- 이건 하면 안 되는 질문이지. 페어플레이가 아니잖아. 나는 마왕이니까 이정도 억지는 부려도 돼! 하지만 이와쨩은 ‘무엇’을 잊었는지 맞춰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원칙적으로는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없어.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와쨩을 사랑하는 마왕씨! 거기다 오늘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약소하지만 70점짜리 대답은 해줄게.

‘무언가를 잊었을 때는 잊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때 감동받았어?

Q4. 잊어버린 것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A4. 이와쨩. 아니 이름이 아니라 답을 말한 거야. 네 번째 질문의 답 말이야. 자아성찰의 시간이라도 가져야 할까? 이번 질문의 정답은 ‘이와이즈미 하지메’. 꽤 예리하네, 이와쨩?

Q5. 내가 ‘이것’을 안지 얼마나 오래 됐습니까?

A5. 지금으로써는 16년이랑 6년이야. 답이 다른 이유는 무엇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니까. 지금 이와쨩은 몇 살이지? 그래, 19살이구나. 너무 짧네. 아직 너무 짧아. 아니 이건 소원을 이뤄주는 마왕의 한탄이니까 앞에 답만 기억하면 돼. 내 나이? 그건 6번째 질문이야? 아니라면 그건 스무고개가 끝나고 난 뒤에 얘기하자. 크리스마스가 끝나기까지 시간은 한참 남았으니까 말이야.

Q6. ‘이것’은 세상에 몇 개나, 아니 몇 명이나 있습니까?

A6. 이와쨩 생각보다 정말 예리하단 말이야. 칭찬이야 칭찬. 정말이라니까? 일단은, 하나입니다. 혹은 한명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정말이야. 거짓말은 안하기로 손가락 걸고 약속했잖아? 그 말이 거짓말이면 어떡하느냐고? 하지만 이와쨩은 나를 믿을 수밖에 없잖아. 그럼 다음 질문! 

Q7. 내가 잊어버린 것은 나에게 중요한 것입니까? 소중한 것입니까?

A7. 그렇기에 이와쨩은 여기 있는 거겠지? 아야! 주먹을 휘두르면 아무리 마왕씨라도 아파! 모호하다 해도 그게 정답이야. 이와쨩, 아직 기억해내지 못했어? 그렇게 바닥만 보지 말고 오이, 아니 마왕씨 얼굴 좀 봐봐.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 없어. 불안해 할 필요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있는 거니까. 그럼 잠시 쉬었다가 하자. 괜찮아 정말이야. 소중한 거라면 분명 다시 생각 날거야.

Q8. ‘이것’을 잊어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A8. 이와쨩은 지금 즐거워? 행복해? 어떤 기분이야?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계속 지금의 기분인거야.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 한번 뚫려버린 구멍은 다른 것으로는 메울 수 없으니까. 하지만 스무고개를 하기 전에 말했다시피 그걸 메우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는데 이와쨩은 두 개 다 싫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나랑 계속해서 기억해내는 거야.

여덟 번째 질문의 답은, 계속해서 지금이 반복됩니다.

Q9. 그건 내가 사랑한 거지?

A9. 그렇습니다.

Q10. 내가 오이카와를 잊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A10. 이번에도 결국 기억해버렸구나. 괜찮아.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이와쨩 여길 봐. 나를 봐봐. 나는 마왕이잖아? 이와쨩이 멈추고 싶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계속해줄 수 있어. 다시 크리스마스 이브날로 돌아가서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는 거야. 그러기 위한 마지막 크리스마스니까 말이야.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확실하게 소원대로 잊을 수 있을 거야. 우냐고? 아니야 마왕이 울 리가 없잖아.

그럼 열한번의 질문을 하는 스무고개를 시작하자. 나는 이와쨩을 사랑하니까 몇 번이라도 해줄게. 영원히.

 

 

영원이라는 말은 불쾌하다. 인간은 영원을 살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주제에 늘 가볍게 여원을 입에 담는다. 영원히 사랑해. 영원히 너를 잊지 않을게. 곱씹어 봐도 씹히는 건 꺼슬거리는 모래뿐이다. 지키지 못할 말은 지키지 못할 상대에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아니면 마왕이거나, 최소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상대여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신은 모든 것을 사랑하기에 하나만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의 앞에서 만물은 평등하게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니까. 개미와 구름의 눈이 같은 것을 보지 않는 것처럼. 영원은 그 둘에게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말 이외에 쓰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도마 위의 생선과 그 목을 내려칠 칼을 든 이가 같은 눈높이에 있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영원이라는 말을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중 그가 눈을 뗄 수 없는 하나가, 영원히 사랑하는 하나가, 그리고 같이 영원의 끝까지 가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마스 전야 이브에 이와이즈미는 소원을 빌었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소원이었다.

 

“마왕님, 듣고 있다면 제 소원을 이뤄주세요. 제가 사랑을 잊게 해주세요.”

 

잊을 수 없는 것을 잊기 위해 영원히 반복하는 것뿐이다.



까치/@ggga_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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