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저,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의 여름. 보쿠토 코타로는 도라에몽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책상의 서랍에서 나온.


1. 서랍 속 타임머신


“우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읍읍읍!”

“보쿠토상 조금 조용히 해주세요.”

“미래에서 왔다니 굉장하잖아 형! 내 이름도 알고 있고! 아니 그것보다 대체 왜 내 방 서랍에서 나온 건데?! 도라에몽이야? 그런 거야?”

“왠지 이번에도 그대로인 것 같네요……. 이것 참.”

“나 나 나! 미래인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는데!”

“뭡니까?”

“왜 만화 같은 거 보면 막 원하는 시간으로 가는 데 뭐라고 하더라, 그 숫자? 동그라미 두 개랑 길다란거!”

“‘확률’ 말씀이신가요.”

“맞아, 맞아 확률. 미래에서 원하는 과거로 올 확률이 어떻게 돼?”

“100분의 1이에요”

“어떻게 알아?”

“이번이 100번째니까요”

“100번?!?! 으읍읍”

“그러니까 조용히 해달라는 겁니다. 보쿠토상”

“형이 나를 보쿠토‘상’이라고 부르는 거 보니까 내가 형인거야?”

“말 못해요.”

“왜?”

“미래의 일은 말하는 게 아니에요.”

“엄청 미래인스럽네 그 말!”

“미래인 이니까요.”

“그럼 도라에몽형도 도라에몽처럼 나를 도와주러 온 거야?”

“아니요. 저는 당신을 제가 싫어할만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왔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데?”

“남의 애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경멸해버리고 배려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어서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요.”

“내가 미래에서 무슨 죄라도 지었어?! 보통 그 반대 아냐? 그런데 그렇게 바꾸려는 이유가 뭐야?”

“굳이 말하자면 제가 변하지 못해서...네요.”

“형이 변하지 못해서 대신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거야?”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으음 하지만 학교에서는 자기가 못 하는걸 남한테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 도덕시간이었나요? 보쿠토상이 수업을 듣다니 놀랍네요.”

“무,무,무슨 소리야! 나는 서,서,서,서,성실하게 수업 듣는다고! 응!”

“거짓말할 때 말더듬는 버릇도 그대로시네요.”

“형이야말로 말 돌리지 말고! 변하지 못 한게 뭔데?”

“누굴 좋아하면 안 되는데, 좋아해버렸어요. 그래서.”

“그래서 나를 형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사람으로 만들려 온 거구나?”

“...너무 예리하신데요.”

“헤이헤이헤-이! 나는 늘 대단하니까! 가 아니라 잠깐잠깐잠깐 형이 좋아하는 게 나야?!”

“그 말버릇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질문에 대답하자면 그렇습니다.”

“날 좋아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언제 적부터’ 라니 그 전의 나도 만난거야?”

“네. 인간의 인격이 대강 완성 되는 건 초등학교 때니까 목표를 지금으로 하고 왔습니다. 중학교 때의 보쿠토상은 이미 의심의 여지도 없이 보쿠토상 이라서, 초등학교 때라면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판단 기준이 뭔데?”

“그 말버릇을 쓰냐, 쓰지 않냐요.”

“그런 기준으로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보쿠토상이니까.”

“...형 나 좋아하는 거 맞지?”

“그러니까 과거로 왔겠죠?”

“으흠 미래의 일이고 형의 일이긴 한데 말이야. 굳이 바꿔야 되나? ‘사람은 그 자체로도 좋은 거야!’ 라고 레드가 말했는데. 아 레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히어론데.......”


‘헤이헤이헤-이 아카아시! 사람은 그 자체로도 좋은 거라구!’

‘잘 모르겠지만 사람은 그 자체로도 좋은 거야!’

‘‘사람은 그 자체로도 좋은 거야!’ 라고 레드가 말했는데.’


“이번에도 제 실수네요. 자신도 변하지 못하는 주제에 남을 바꾸겠다니.”

“....도라에몽형?”

“돌아갈게요. 미래로. 폐를 끼쳤습니다. 보쿠토상.”

“그냥 돌아가도 괜찮겠어, 형? 바꾸러 온 거 아니였어?”

“네. 이제 괜찮을 거 같아요.”

“미래인 인데 나한테 얘기했던 것들도 괜찮은 거야?”

“걱정 마세요. 잊게 될 겁니다.”

“잘 모르겠지만 형, 음 힘내?”

“미래의 일이라고 그렇게 애매하게 말하지 마세요. 그래도 힘내겠습니다.”


그렇게 싱거운 얘기를 남기고 미래인은 사라졌다.

다시 서랍 속으로.


보쿠토 코타로의 초등학교 6학년의 여름은 다시 아무 일 없이 이어졌다. 아무 일 없이. 미래로.



“차라리 더 악독하게 나를 밀쳐줬으면 좋겠어. 늘 애매하니까……. 나도 늘 애매하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그래도, 미래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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