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복은 참 신기한 의복이다.

입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소속감을 부여할 수 도 있고, 벗음으로써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복을 벗은 그 사람을 보자 왠지 ‘다른 사람’ 같아 말을 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2

"아카아-시.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괜찮습니다."

"어제 말이지 아카아시 같은 사람이 시내에 있던 것 같아서 말이야. 눈이 마주쳤는데 말을 안 걸어서 긴가민가하거든."

"아 그거 저 맞습니다."

"에에에에에에에?! 아카아시는 이제 나를 좋아하다 못해 오늘도 최고이신 나를 쫓아다니기 까지 하는 거야?"

"아뇨 별로 쫓아다닌게 아닌데요."

"그렇게 단칼에 부정하지 말아달라고……."

"갑자기 시무룩 모드로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귀찮으니까"

"방금 작게 얘기했지?! 아카아시 너무하는 거 아냐?! 우리 사귀고 있다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지?"

“잊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래 뭐. 좋아. 어쨌든 내일 데이트 말이야, 우리 반 여자애들한테 물어서 엄-청 유명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알아놨으니까 최고로 멋진 옷 입고오라고!”

“그럼 교복을 입죠.”

“...응?”



“라는 대화를 했어…….”

“너 또 무슨 사고라도 쳤냐?”

“하? 코노하 무슨 소리야? 꼭 내가 매번 사고라도 치는 것처럼!”

“본인 입으로 그렇게 얘기해봤자 말이지”

“그거 아냐? 교복만큼은 절대로 입고 오지 말라는 뜻”

점심시간, 다들 우물거리면서 데이트를 나가는 에이스의 어이없는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주고 있다.

“좋-아 그렇다면 역시 정장이지! 멋지게 입고 갈 거라고!”

“걱정되는데 말이지…….”

“응, 아카아시가”

“뭐, 그래봤자 옷인데 별일 있겠어?”



“이것 봐 아카아-시! 정장 완전 멋지지 않아? 머리는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고 세웠고 벨트는 .......”

“...”

“아카아시?”

“네 아니요 보쿠토상”

“아하하하하!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반해도 괜찮다고! 자 어서 들어가자”

기세등등한 보쿠토

“...”

말이 없어진 아카아시


마주 앉은 아카아시는 그렇게 3시간 동안 입을 때지 않았다.




3

처음에는 너무 감동이라도 받은 거 아니야~? 하고 넘겨짚던 보쿠토도 아카아시의 실어(失語)현상이 데이트 때마다 지속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자신이 교복과 체육복 이외의 옷을 입으면 급격히 말 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계기는 단순했다.


평소처럼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그만 도시락을 교복에 엎어 버렸다.

타이밍 좋게도 체육복은 그 전 체육시간에 땀에 흠뻑 젖어버려 입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친구의 사제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보쿠토는 이 황당한 심정을 전하러 아카아시에게 갔고 깨달았다.


아, 아카아시는 교복이 아닌 나에게는 반응하지 않는다, 고. 심적으로.


그 다음날 제대로 학교 체육복을 입고서 부활동시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카아시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카아시”

“왜 그러십니까. 보쿠토상.”

“아카아시는 말이야 교복을 입은 내가 좋은 거야? 아니면 다른 옷이 괴멸 적으로 어울리지 않아서 말걸 생각도 들지 않는 거야?”

“....양쪽다라고 생각합니다.”

“장난치지 말라니까?”

“장난이 아닙니다.”

가볍게 물어본 질문은 별다른 소득을 주지 못했다.




4

보쿠토는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인이다. 거기다 곧 졸업이다.

계속 이런 상태라면 졸업 후에는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건 싫어! 라고 생각하며 평소 잘 쓰지 않던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맞는지 틀린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2년간 합을 맞춰오고 1년간 사귀면서 생긴 감이 말해주고 있다.

난생 처음 할말을 종이에 써본다. 곧 있을 졸업식에서 연인에게 해줄 말들을.

종이에 꾹꾹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서.



5

아카아시는 그 사람의 교복차림이 좋았다. 체육복이 좋았다.

언제나 전심전력을 다하는 에이스인 그 사람이 좋았다.

언제까지나 교복을 입고서 마주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은 그 사람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아서.

교복이 아닌, 체육복이 아닌 그 사람을 보는 두려움, 당황, 걱정, 반감, 격양, 공포. 그 모든 것들은....


“괜찮아.”

졸업식 날, 떨리는 손으로 손을 잡았다.

“나는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공을 올려줘도, 나한테는 아카아시가 최고의 세터였으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 아카아시. 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파이커가 인정한 최고의 세터라고? 그리고 최고의 연인이니까.”

손의 떨림이 말하고 있었다.

“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교복을 벗더라도 바뀌지 않아.”

“교복을 벗더라도 내가 아카아시를 사랑하는 보쿠토 코타로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보쿠토는 졸업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는.


내일은 교복이 아닌 더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데이트 하자.

까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