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토스 올려줘 아카이시!”
 “보쿠토상!”

.

..

...

.....어라?

‘퍽!’

‘악! 철퍼덕’


 평소와 같은 날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보쿠토 선배의 머리에, 꽃이 핀 것이다.




 “...괜찮으세요?”

미안함이 들지만 의아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이 정도는. 코피야 뭐, 금방 멎을 거고. 그런데 아카아시 웬일이야? 네가 토스미스를 다하고.”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헤이헤이헤-이!! 뭐 그럼 다시 시작하자!”

힘차게 뛰어가는 보쿠토씨.

그러면서도 머리의 *붉은 꽃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 보쿠토씨 피 닦으시는 모습도. 멋지네.
 그 순간 *장미가 피고 꽃은 두 송이가 되었다.


보쿠토씨가 스파이크를 때렸다.

경쾌한 성공!

그리고 *다알리아가 활짝 만개했다. 이제 꽃은 세 송이.


“왜 그래 아카아시? 멋져서 반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요 보쿠토씨.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 착각이 아니었다.

보쿠토씨의 머리에서는 정말로 ‘꽃이 피고’ 있었다.




‘꽃’을 일주일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첫 번째. 나 이외에는 보쿠토씨의 ‘꽃’을 보지 못한다.


“코노하씨, 보쿠토씨 머리에 꽃 보셨나요?”

“응?”

“머리에 장미가 피여 있길래.”

“뭐야 보쿠토 너 머리에 이제 꽃도 달고 다니냐?”

“무슨 소리야? 지금이 봄도 아니고 가을인데 웬 꽃?”

“그리고 피어 있다니, 보쿠토 너 설마 바보균을 옮긴 거 아니지?”

“...아니요, 제가 잘못 봤나봅니다.”

“아카아시! 그전에 바보균 이라는 말을 부정하라고!”


...삐지는 보쿠토상도, 꽤 귀여우시네.

이번에는 *하늘나리.

술잔 모양으로 위를 향해 피고, 꽃잎의 앞끝 부분이 넓으며, 꽃의 밑동 부분은 갑자기 얇아져서 투명한, 색은 귤색이고 향기가 없고 반점이 많은 꽃이, 정수리 오른쪽에서 만개했다.



둘째. 몇 시간, 혹은 몇 분만에도 꽃의 수가 늘어난다.


피를 닦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시네나리아가

밥을 먹다 입에 밥풀을 붙이고 웃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배추꽃이

스파이크를 경쾌하게 성공시킨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발베르기아가

음료수를 마시다 옷에 흘려 어쩔 줄 몰라 하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샤스타데이지가

시험점수가 나빠 울면서 어쩌냐고 물어보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산수유가

빠르게 1세트를 따내 웃으며 환호하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당종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 웃는 보쿠토씨를 본 날에도, *붓꽃이


만개했었다.


아, 세 번째를 발견했다.



셋째. 꽃은 내가 볼 때에만 폈다.


“이해할 수가 없네...”

연필을 한손에 굴리며 노트를 빤히 쳐다봤지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규칙이었다.

그런 내 옆에는 꽃과 식물 관련 서적이 탑을 이루고 있었다.

도서관의 관련서적 대출목록은 이미 내 이름이 빼곡했다.

서점에서 산책도 이미 8권, 아니 9권을 넘어섰다.


저번 보쿠토씨 머리에 피었던 꽃은 하늘나리.

“하늘나리... 백합목, 백합과. 나리속. 꽃말은”

순결, 무죄, 순수.

“딱 보쿠토씬데?”

“아카아시 뭐해?”

깜짝이야!

“...보쿠토씨야말로 도서관에는 웬일이신가요?”

심장이 비명을 지른다.

“너무하잖아 그런 말은! 뭐, 그래도 사실이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아카아시가 보여서 들어와봤어.”

아 시무룩한 모습, 역시 귀여워.

“흐음 꽃이라니 너, 꽃에 관심 있었어?”

또 다시 머리에 맺힌 꽃망울

“아뇨, 뭐 별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에~~ 아, 알겠다! 요즘 얼빠져 있더니만 사랑에라도 빠진 거 아냐?”


“... 네?”

만개한 *등나무꽃. 시원한 향이 주변을 잠식했다.

슬쩍 책을 흘겨보자 보이는 꽃말은,      ‘사랑에 취하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래 선배잖아! 그냥 시끄러운 선배지 맞아.

귀찮고, 늘 치근덕거리는. 다루기 힘든 사람.

부활동과 공부, 두 가지에 치여서 이런 것뿐이다. 그래.

생각해보면 별 문제도 없잖아? 그냥 꽃이 피는 것뿐이잖아. 전혀 문제없지!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자!

라며 무시하며 보내길 한 달.



그리고 이제는...

“오 왔어 아카아시?”

꽃들이 머리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아니 가렸다는 말은 명확하지 않다.

정확히는 수십 종의 꽃들이 머리위에 만개해 버린 것이다. 보쿠토씨의 주변에는 이제 도저히 무슨 향인지 알 수 없는 온갖 향들이 나부낀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마치 보쿠토씨가 꽃 그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슬슬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가 지는 건 아닐까? 그리고 꽃 그자체가 되어버린 보쿠토씨도 저버리는 거다. 최악의 결말.

....쓸데없는 걱정이지 않나? 어차피 나한테만 보이는걸.

맞아. 그렇지. 응.

나한테만?


 마치 이건 ‘사랑에라도 빠진 거 아냐?’
 네? 그럴 리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너한테만 보일 리도 없잖아. 인정해버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좋아한다고!’


 그제야 꽃은 떨어져나갔다.
 낙화.

 “왜 그래 아카아시?”
 “...”
 순식간에 꽃잎이 떨어지고 보쿠토씨의 얼굴이 보였다. 얼빠진 얼굴. 나만 담긴 눈동자.


꽃이 질 때를 걱정했다.

하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 단지 꽃잎이 떨어질 뿐이다.

이건 내 첫사랑의 이야기.

‘지지’ 않는 나의 첫사랑의 이야기.
 이제 괜찮다
 꽃이 없어도 깨달았으니까





“고백직후에 꽃다발이라니 순서가 바뀐 거 아니야 아카아시?”

“아뇨, 정확했어요. 첫사랑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은 겁니다.”

“...너무 당당한 거 아니야? 뭐 그런 아카아시가 좋지만.  그나저나 꽃 이름이 뭐랬지?”

“왼쪽이 스타치스고 오른쪽이 라일락, 테두리 부분이 분홍 안개꽃입니다.”

“꽃은 이름도 복잡하네. 굳이 이 꽃들로 한 이유가 뭐야?”

“마지막으로 본 꽃들이니까요.”

고백한 순간 마지막으로 보인 꽃들

각각의 꽃말은

스타치스는 영원한 사랑,  라일락은 첫사랑,  분홍 안개꽃은 사랑의 성공.


“저 생각보다 로맨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그런 당당한 아카아시도 좋다는 거지!”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이건 내 첫사랑 이야기다.

지지 않는, 첫사랑 이야기.

영원히, 이 꽃같은 사람과 함께 하는 이야기.





*빨간 개양귀비(처음 핀 꽃) = 약한 사랑, 환상

*장미 = 열정, 정렬

*하늘나리 = 순수

*발베르기아 = 만족

*시네라리아 = 항상 즐거움, 항상 빛남

*발베르기아 = 만족

*샤스타데이지 = 만사는 인내

*산수유 = 지속, 불변

*당종려 = 승리 쟁취

*붓꽃 = 좋은 소식, 신비로운 사람

*다알리아 = 정열, 화려함

*등나무꽃 = 사랑에 취하다

*스타치스 = 영원한 사랑

*분홍 안개꽃 = 사랑의 성공

*라일락 =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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