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어느 골목길에서 만났다.

손에는 막 죽인 시체가 들려있었고 입가에는 피를 묻힌 체였다.

이 뜻밖의 목격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 목격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먹으려면 똑바로 요리해서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요리사는 식인마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내더니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칼을 이용해 살을 뼈에서 발라내고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 프라이팬에 올렸다. 치직 거리는 소리가 고기에서 나자,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치고서 10분간 굽고는 접시에 올렸다. 바질로 플레이팅 하고서 마무리.

요리사는 접시를 처음 만난 식인마에게 내밀었다.

“똑바로 먹지 않으면 실례라고?”


의심하던 식인마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는 곧바로 접시에 코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그 다음 입에서 나온 건 탄성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야!"

입에 양념을 그대로 묻힌 채로 외쳤다.

"요리할 줄 몰라서 늘 그냥 먹었는데 요리라는 거 굉장하구나."

"알면 이제 좀 제대로 먹어라. 그대로 뜯어먹다니 맛없잖아."

기묘한 대화였지만 둘에게는 별로 상관없어 보였다.


"요리사씨는 이름이 뭐야?"

"이와이즈미 하지메."

"나는 오이카와 토오루. 그럼 이와짱, 죽이면 들고 와도 괜찮아?"

"들고 오는 거야 별로 상관없는데, 이와짱이라니 짜증나! 다른 걸로 불러!"

더 기묘해진 대화에서 요리사는 아무렇지 않게 식인마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 이후 식인마는 사람을 죽이는 족족 요리사, 그러니까 '이와짱'에게 가지고 왔다.




2.

띵-동

"이와짱 나왔어."

식인마가 웃음을 흘리며 들어왔다.

손에는 오늘도 막 사람에서 시체가 된 것이 들려있었다.

"왔냐."

요리사는 그를 흘긋 보더니 곧바로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요즘 둘은 거의 매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있었다.

메뉴는 물론 한상 가득 차지하는 고기요리.

그리고 오늘은 살을 얇게 펴고 간을 한 뒤 튀김옷을 입혀 단숨에 튀겨내는 바삭바삭한 돈가스였다.


"피 떨어지니까 ‘그건’ 베란다 구석에 놔둬."

"알겠어~ 그나저나 오늘도 엄청 맛있어 보이네."

오이카와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M시에서는 실종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량의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망...’


“자 여기 소스. 너 마요네즈파 였지?”

“땡큐 이와짱. 오늘은 퇴근이 빨랐네?”

“사장이 없어져서 말이야.”


‘...이번에 발생한 실종사건의 피해자는 S레스토랑의 오너인 것으로 확인되었...’




3.

요리사는 식인마이자 연쇄살인마에게 한 번도 그 어떤 이유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오이카와가 물었다.

"이와짱은 오이카와상 신고 안 해?"

요리사는 사장을 요리하며 내뱉듯이 대답했다.

"신고 사유가 없잖아 멍청아."

"그렇긴 그러네!"


오이카와는 어떻게 시체를 만드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 그 '재료'로 요리를 해주는지도 묻지 않았다.

오늘의 요리는 볶은 고기와 계란양념을 같이 올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덮밥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냐."

그건 두 명의 식사에서의 불문율이었다.




4.

두 명은 사적인 일에 관해 서로 묻지 않았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 대해 아는 것은 요리를 못한다는 것.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에 대해 아는 것은 요리를 잘한다는 것과 집 주소뿐.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것도 음식의 맛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던 중 갑작스럽게 변화가 찾아왔다.

"이와짱, 나 요리 가르쳐 줄 수 있어?"

잠시 멈칫했지만, 이와이즈미는 거절 하지 않았다.

“그럼 일단 손 씻고 와.”


그날은 그 둘이 처음으로 손을 잡은 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오이카와의 손에 누구의 시체도 들려 있지 않은 첫 번째 날이었다.




5.

그렇게 살인마는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은 칼질부터, 도구를 다루는 방법, 불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식재료를 다루는 법까지.

두 달간 오후 7시 부터 밤 11시까지 초보자를 위한 요리강습이 이어졌다.

“멍청아 칼을 쓸 때는 반대편 손을 둥글게 말라고!”

“아야야! 이와짱 그렇다고 후려칠 것 까지는 없잖아!”


그렇게 실컷 혼이 나고 나서야 이와이즈미는 말했다.

“내일부터 ‘재료’ 들고 와라”

오이카와는 초보 연습생에서 살인마가 되어 이와짱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실전이니까.”

갈색 눈이 가늘게 웃었다.

“알겠어, 내일은 뭐해 먹을 거야?”

“처음이니까 간단한 굽기부터 시작해볼까.”

“그럼 내일 저녁은 오이카와씨가 좋아하는 맛있는 소금구이~”

“멋대로 메뉴 정하지 말라니까, 쿠즈카와.”

“쿠즈라고 한 사람이 쿠즈라구 이와짱!”

평화로운 대화였다.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6.

그 다음날 두 달 만에 오이카와는 재료를 가지고 왔다.

구이에 적합한 연한 살이었다.

"이렇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예열이 됐다싶으면 고기를 올리는 거야.”

“응 기름을 떨어트려서 온도 확인하고?”

“그래, 기름이 끓으면 된 거야. 그리고 소금 간.”


‘...두 달간 멈췄던 연쇄 실종사건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내용이 부엌 한켠을 채웠다.




7.

그렇게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오이카와의 요리 실력은 어느새 이와이즈미의 실력을 따라잡을 만큼 발전했다.

“이와짱 나 대단하지 않아?”

“그래 대단하네, 1년 만에 이만큼이나 될 줄은 몰랐는데.”

"자, 더 칭찬해도 돼!”

“네 북슬북슬한 머리털 만질 생각은 요만큼도 없으니까 좋은 말할 때 치워라.”

“괜찮아, 부끄러워서 그러잖아!”


이제 오이카와는 혼자서도 완벽하게 ‘재료’를 가지고 요리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와이즈미에게 얘기했다.

“이와짱.”

“왜?"

이와이즈미는 ‘재료’를 썰며 흘긋거렸다.

“나 이제 이만큼 실력이 늘었으니까 하는 말인데 말이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 말이야, 이와짱이 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요리.”

오이카와의 눈이 번들거렸다.

“가르쳐주면 안 돼?”


요리사는 그 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럼 내일은”

탁!

고기를 완전히 토막 내며 요리사가 말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쯤 뒤에 와라.”

“왜?”

“사표 쓰게.”

식인마의 기분이 좋아졌다.

“알겠어, 그럼 8시쯤이면 되나?”

“그래.”

둘은 다시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의 요리는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도는 스튜.

식탁 중앙에 버너를 올리고 그 위에 완성된 스튜를 올렸다.

뭉근하게 끓여진 야채 없는 스튜 속에서 먹음직스러운 고기들만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먹는 사람은 하나지만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혼자서 냄비안의 음식들을 모두 먹어치우고서도 오이카와는 허기를 느꼈다.

하지만 기뻤다. 이제 내일이면 이 허기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와짱이 최고야!”

“갑자기 뭔 소리냐.”

“아니아니 진짜야 진심이라니까?”

“바보같이 입에 묻히지 말고 먹기나 해.”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어제 먹다 남은 매운 양념을 한 고기꼬치를 대펴 오이카와의 앞에 놓아주었다.


오이카와는 진심이었다. 이와이즈미도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오이카와는 같이 보낸 1년2개월간 이와짱이 좋아졌다.

그래서 마지막 요리를 배우려 했다.

가장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

그게 식인마이자 살인마인 오이카와의 방식이었다.




8.

이와이즈미는 그 다음날 일하던 레스토랑에 사표를 냈다.

주변 모두가 말리며 이유를 물었다.

요리사의 답은 간단했다.


"요리를 위해서요."


새로 온 사장이 유학을 가는 거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다시 대답했다.


"사랑을 위해서."


작게 중얼거린, 아무도 듣지 못한 대답이었다.

양쪽 다, 정답 이였다.


진심으로 이와이즈미는 같이 보낸 1년2개월간 오이카와가 좋아졌다.

그래서 마지막 요리를 가르쳐 주려 했다.

가장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

그게 요리사인 이와이즈미의 방식이었다.




9.

이와이즈미는 사표를 내고서 재료를 사기위해 근처 마트에 들렀지만, 곧 발길을 돌렸다.

바로 집으로 가 베란다 문을 열자 옅은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탈취제를 뿌리고 락스를 들이 붓자 어느 정도 그럭저럭 정리가 된 것 같았다.


다음은 냉장고로 향했다.

한 손에는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서 '고기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쌓여있던 '고기'들도 함께 담기 시작했다.

대형 쓰레기봉투 3봉지가 가득 찼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더 이상 정리가 필요한건 보이지 않았다.

요리도구들을 확인하고 이와이즈미는 식탁에 앉아 오이카와가 오기를 기다렸다.




10.

8시 정각, 벨이 울렸다.

띵-동

“나왔어 이와짱!”

이와이즈미의 집에 온 이래로 두 번째로 빈손 이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요리도구를 준비했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준비하던 중 오이카와가 물었다.

“이와짱, 제일 맛있는 요리가 뭐야?”

“...이미 알고 있는 걸 물어 보는 건 나쁜 버릇이라고 쿠소가와.”

쌀쌀맞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평소대로의 말투였다.


“맞아.”

식인마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그런 이와짱이 좋아.”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키스가 이어졌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둘의 첫 스킨쉽이였다.




11.

부드러운 키스 다음은 거친 스킨쉽이 이어졌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목의 동맥을 물어뜯었으니까.

얇은 동맥은 식인마의 송곳니에 스쳐 쉽게 찢어졌다.

옆에서 쏟아지는 피를 무시하고 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둘의 입이 떨어지고 요리사는 말했다.


“제...대..로 요리해.”

요리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숨이 멎는데 걸린 시간은 7초.

둘의 키스도 그 정도였다.


“응. 걱정마.”

누구를 향한 답변이었을까.

“사랑하니까, 최고의 요리로 만들게.”




12.

이제 살인마는 요리사가 되어 연인을 요리했다.

아마 음식은 환상적인 맛이지 않았을까?

그 이후 더 이상 실종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걸 보면.




13.

살인마는 요리사가 되었지만 더 이상 고기를 먹지도, 요리하지도 않게 되었다.




14.

얼마 뒤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제 끝났습니다. 평화로워졌어요.’

기자가 기쁜 듯이 말했다.

그래, 그 말대로다.

모두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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