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철컥

“이와짱 나왔어~”

“어 왔냐.”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이카와는 부엌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식탁 한쪽에 올려놓은 우유빵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우와 이거 xx제과 우유빵이잖아? 저번 주부터 먹고 싶었던 건데!”

“결혼식 전 마지막 식사니까. 그리고 저녁 먹어야 되니까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라.”

간장으로 가지와 소고기를 양념해 같이 볶은 것을 그릇에 옮겨 닮으며 말했다.

가지도 뭉그러지지 않았고 고기도 중불에 익혀서 질기지 않게 됐다.

딱 먹기 좋게 완성.


좁은 2인용 식탁에 고기가지볶음을 올리고 계란말이를 왼쪽에, 어제 먹다 남은 멸치 볶음을 오른쪽에 뒀다.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된장국은 밥그릇 옆에 두고서 자리에 앉았다.

반찬은 평소와 같은 것이었다.


씻고 나온 오이카와가 평소보다 머리에서 물을 털며 의자에 앉았다.

“우와 결혼식 전날인데도 평소랑 같은 메뉴!”

“시끄러, 어차피 내일 신나게 먹을 건데 벌써부터 속 불편하게 그럴 필요는 없잖아.”

같이 산지 5년이 넘어서 그런지 녀석의 놀림도 가볍게 받아쳤다.

흘긋 반대편에서 녀석을 보자 짧아진 머리가 눈에 띄었다.

“머리, 자르고 왔냐.”

녀석이 커다란 고기를 한입에 넣고는 볼이 빵빵한 채로 답했다.

“응, 내일 결혼식이니까 말이지~ 이와짱은 안 잘라? 내일 모두 앞에 서야 한다는 거, 잊은 거 아니지?”

확실히 녀석의 말대로 내 머리는 최근 자르지 않아 눈썹에 닿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나는 몇 번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아니 그냥 기를 거야.”

“그래?”

녀석은 몇 번 갸웃거리다 이내 잊은 듯 된장국으로 손을 뻗었다.


“그나저나 새 집은 이제 완전히 계약한 거지?”

“걱정 마, 이번에는 이 집처럼 그렇게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않았거든!”

“그게 자랑이냐.”

쓸데없이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며 가지볶음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고 입에 넣었다.

음 달지도 짜지도 않게 잘 볶았네.

“인테리어는 그냥 심플하게 했어. 뭐 이미 좀 고친집이라 그런지 딱히 손댈 부분은 없더라고. 이와짱도 저번에 봤지?”

“고칠 곳도 없고 깔끔한 집이였지 확실히.”


숟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조각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냅킨색이랑 테이블위에 장식할 꽃은 행거치프 색이랑 통일해서 민트로 했어.”

“하얀색이랑 민트면 깔끔하겠네.”

“이와짱 좀 더 관심 가지라고? 완전 제3자인 것처럼 말하네.”

“호오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나한테 미적감각 빵점이라면서 그런데는 빠지라고 한 게 누구지?”

“오이카와씨지.”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일 버진로드 걸어 나오다가 확 자빠져라.”

“너무해! 내일 신랑한테 그러면 어떡해?”

우는 척 하던 녀석은 띠링 울린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바로 화색이 밝아졌다.


“맛키 내일 아슬아슬하게 된다나봐.”

“내일 회의 있다더니 어떻게 미뤘나 보네.”

“아하하 대신에 슈크림 사놓으라고 하네. 뭐 맛키가 앉을 테이블에 이미 세팅해놨지만 말이지.”

“마츠카와도 그날은 확실히 비번이랬지.”

“응, 맛층이 하객 안내담당 해주기로 미리 얘기해 놨거든. 그런데 안내하다가 하객들이 다들 얼굴보고 도망가는 거 아니야?”

“너 그거 마츠카와한테 이른다.”

“괜찮아, 이제 본인이 자학개그까지 하는 수준이니까. 세상에 저번에는 운전하다가 음주 단속하는 경찰한테 야쿠자로 의심받았다지 뭐야!”

“사실은 요리산데 말이지.”

“그러니까.”

부엌은 곧 밝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차에서 내려 열심히 자신이 무해한 사람이라는 걸 설명하는 마츠카와를 생각하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마츠카와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실이니까 뭐.


이제 우리는 분위기에 취해서 냉장고에 넣어놨던 맥주까지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하객들 자리는 세 구역으로 나눴으니까 나중에 인사하기 편하겠다.”

“고등학교 때 동창들이랑, 대학교 친구들, 직장동료 이렇게 나눠놨으니까 확실히 편하겠지?”

“웨딩 플래너 말 듣길 잘했네.”

“그러게. 괜히 전문가가 아닌가봐.”


안줏거리로는 xx제과에서 사온 빵들을 꺼냈다. 괜히 녀석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곳이 아니었는지 여태껏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는 것 같았다.

“이 집 우유빵이 제일 맛있는 거 같지 않아?”

응 그래 진짜 맛있네. 응.

녀석은 혼잣말로 자문자답하며 쉴새없이 빵을 입에 넣고 있었다.

“괜찮네. 맞다, 그리고 주례는 이리하타 감독님이 서주신다고?”

“응 맞아. 감독님이 그때 경기도 없으니까 괜찮다고 하셨어.”

“너 그때 우는거 아니냐?”

이번에는 내 실없는 농담에 오이카와가 맞받아쳤다.

“이와짱이야 말로 울지 말라고?”


분위기와 취기가 같이 달아올랐다. 우리는 각자 맥주 한 캔씩을 더 따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일 하객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야.”

오이카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청첩장 돌린 사람들이 거의 다 오기로 할 줄은 몰랐지.”

“그래! 나는 기껏해야 4/5정도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짜증나는 토비오짱도 오기로 했다구!”

“또 괜히 카게야마한테 성질부리지마.”

“요즘은 예전처럼 놀려도 달려들지 않아서 재미없어.”

투덜투덜 거리는 녀석이 시끄러워서 입에 새 우유빵을 하나 쑤셔 넣었다.

으브븝으브, 쿨럭.

“이와짱 내일 결혼할 사람을 질식사 시키려는 거야?!”

“그래 확 그래버리려 했다.”

이 말은 약간 진심 이였다.

“진심 같아서 무서운데... 뭐 그래도 이게 이집에서의 마지막이니까 넘어가줄게”

“새 집에 전입신고는 했냐?”

“그건 결혼식 후에 신부랑 같이 손잡고 가서 해야지.”

녀석이 활짝 웃었다.

“자 건배하자, 5년 동안 산 집에서의 마지막!”


그렇게 우리는 이집에서의 마지막 건배를 했다.





“이와짱도 준비하라고? 내일 모두 앞에서야 하는데.”

오늘은 오이카와의 결혼식 전야.



“이와짱 축사는 다 썼어?”

“쓸 만큼은 썼다니까 그러네.”


오이카와는 신랑으로, 나는 축사로 그 자리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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