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2월의 공기가 차가웠다. 입김을 내보자 새하얗게 번졌다.

얇은 코트 한 장만 걸쳐서 인지 어깨가 시렸다.

몸을 떨면서도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와짱을 만난다.

우리가 헤어진 지 4년 이 지난 날.


신호등이 깜빡이는 건너편에서 짧은 머리의 이와짱이 보였다.



9.

“있지, 이와짱. 우리 헤어질래?”

일요일 오전, TV를 보며 이야기 했다.

TV 속 전문가는 사람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커피를 내리던 이와짱이 얼굴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우리 아마 다시는 사랑하게 되지 않을 거야.”


‘인간은 자신의 체온보다 조금 이라도 낮은 물체를 만지면 아무리 온도가 높은 것이라 해도 느끼지 못해요. 따뜻하다고 생각해도 '뜨겁다'는 아니게 되는거죠. 왜, 목욕할 때 사람마다 생각하는 뜨거운 물 온도가 다르잖아요? 다들 웃으시지만 진짜에요. 하하 그래서 ‘뜨거움’과 ‘차가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게 되는 겁니다. 간단하죠?’


“그래, 그러자. 그래서 너 이사 갈 거냐?”

“으으응, 이제 그냥 친구니까 계속 같이 살자.”

이와짱은 아무 말 없이 나한테 커피를 내밀었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평소보다 쓴 커피였다.


나는 그때 딱 35도 정도였다.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온도.

너에게는 몇 도 정도 였을까.



8.

신호등이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으슬으슬 몸을 휩싸는 한기를 피해 뛰다시피 해 반대편에 서있던 이와짱에게 갔다.

여전히 짧은 머리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 마주보며 걸음을 옮겼다.



7.

딸랑.


카페 문을 열고 같이 안으로 들어서자 안쪽 테이블에 저번보다 머리가 길어진 이와짱이 앉아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웃으며 다가갔다.

“이와짱 오랜만이야. 오늘 꽤 춥지?”

“너야말로 그렇게 얇은 코트하나 입고 안 춥냐?”

“괜찮아! 오이카와씨는 건강하거든.”

자리에 앉고 메뉴판에서 따듯한 커피를 골랐다.

주문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이와짱의 뒤에 이와짱이 보였다.


이와짱을 마주보고 웃었다.



6.

“이와짱 거긴 어때?”

‘북해도(北海道)야 늘 춥지.’

“아니 그런 거 말고. 음식이 맛있다던가, 신궁이 멋있다던가, 눈 축제가 멋지다던가. 그런 거 말이야.”

‘게요리가 맛있고 신궁이 멋지고 눈 축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 그리고 맥주가 맛있어.’

“진짜 차가운 평이네! 확실히 삿포로 맥주는 맛있지. 이쪽은 따뜻해. 역시 신혼여행지는 남쪽으로 고르길 잘한 거 같아. 다른 나라 같다고 해야 하나?”

전화기 너머로 이와짱의 입김이 들렸다.

하-아. 담배를 피울 때보다 긴 날숨.

‘여기는 설국(雪國)이야.’


그리고 눈의 나라에 있을 이와짱이 여름인 오키나와에 있는 내 앞에 있었다.



5.

처음 희미했던 그는 점점 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오키나와여행의 첫날에 겨우 얼굴만 희미하게 보이던 인영은 곧 팔과 다리까지 생기더니 이제는 완전히 이와짱이다.

못생기고 삐죽삐죽한 이와짱. 이제는 헤어진 이와짱.


“이와짱 지금 뭐하는 중이야?”

‘눈 축제 보는 중.’

“어때?”

‘눈은, 생각보다 따뜻해.’


이쪽은 오키나와인데도 추워.

그쪽의 이와짱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이쪽의 이와짱에게 말했다.



4.

점점 이쪽의 이와짱에게 말하는 일이 늘어났다.

오늘은 아침이 맛있었어.

바다에 놀러 갔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다 타버렸지 뭐야.

이번에 새로 생긴 베이커리의 우유빵이 너무 맛이 없어. 분명 결혼 전날 같이 먹었던 집의 분점인데 왤까?

요즘 좀 따뜻해지는 거 같아. 뜨겁지는 않고. 이와짱도 그래?

대답해줘 이와짱.



3.

그의 머리는 조금 자라있었다.

이와짱의 뒤를 봤다.

조금 다른 이와짱이 되어있었다. 약간 눈물이 났다.



2.

커피가 나왔다.

설탕을 넣을까 고민했지만 넣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어때?”

“음 뭐 저번에 일하던 직장보다는 괜찮아. 전보다 야근도 많이 줄었고.”

이와짱은 어딘가 기쁜 듯이 말했다.

커피가 썼다. 그래도 따뜻했다.


“머리는 계속 기르고 있는 거야?”

이제 뒷목을 덮기 시작한 뒷머리를 보며 말했다.

“자르기 귀찮아서 놔둔 건데, 이만큼이나 길어버려서. 아깝기도 하고 그냥 놔두고 있어.”

“흐음. 이미지 전환?”

“이 나이에 무슨.”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이와짱을 쳐다봤다.


“이와짱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얘기해봐.”



1.

“이와짱 나랑 결혼할래?”

뻥진 얼굴. 커진 동공. 그리고 곧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하하!”

잠시 고민하던 얼굴을 하더니 대답했다.

“사랑하지 않는다더니.”

후우. 그때의 한숨이었다.

“....너무 늦었어, 멍청아. 그래도 뭐 다음 생에서라면 생각해볼게.”


우리는 식사를 하고 곧 헤어졌다.

이와짱은 나와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설국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나는 이쪽의 이와짱과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대편으로. 따뜻한 곳으로.



0.

“아니 이와짱. 나는 분명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입김이 나왔다.

사람이 가득한 광장에서 그의 말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옆에는 이와짱이 서있었다.



-1.

그리고 나는 그렇게 영원히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분명.



사랑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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