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쏟아진 가을비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하교하던 날 이였다. 버스에서 내려 가로등이 촘촘한 직선로를 따라 주욱 걸어가면 나오는 집을 생각하며, 이와이즈미는 빗물에 젖은 신발을 끌었다. 온몸에서 질척이는 게 느껴져 기분이 한껏 나빠진 상태였다. 왜 하필 이런 날에 퍼붓는 건지,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던 것은 깜빡이는 세 번째 가로등을 지날 때 사라졌다. 마치 괴담처럼,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쨩?, ..와쨩, 이와쨩!”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이와이즈미를 향해 그 목소리는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여기 밑이야. 못생긴 이와쨩!”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시선을 내리자 정말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이 있었다. 비록 ‘머리’ 뿐 이였지만. 어딘가 익숙한 ‘머리’와 눈이 마주치자 아마도 남성일 그것은 빙긋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좀 도와줄래?”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소리가 폭우를 뚫고 울려 퍼졌다.



*


 이와이즈미는 머리에서부터 뚝뚝 떨어지는 물을 한손으로 털어내며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어머, 하지메 밖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오니?”

 “네, 생각보다 많이 오네요.”

 “그럼 먼저 욕실부터 들어가서 씻으렴.”

 “일단 가방부터 올려다 놓고 들어갈게요.”

평소처럼 무뚝뚝하게 대답한 이와이즈미는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다. 2층 계단 앞의 자신의 방에 들어가 가방을 침대에 던져놓고 문을 잠그고 나서야 기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갑자기 뒤척이는 가방을 향해 걸어가 지퍼를 열었다. 열린 가방속의 대충 정리한 체육복 위에는 가로등 밑에서 마주친 머리가 누워있었다.

 “좀 살살 다뤄 달라고 이와쨩. 갑자기 던져서 아프잖아.”

 “시끄러, 데려와준 게 어딘데 큰소리야.”


 그것을 보고 있자니 또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이 ‘머리’를 왜 가방에 담아 왔는지는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들어보자면 어딘가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을 부르는 것일 처음 듣는 저 호칭도, 느물거리는 웃음도, 눈이 마주친 순간 왠지 어딘가 찜찜함이 온몸에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이와이즈미를 보고 머리는 투덜거렸다.

 “뭐야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고. 처음에 좋았던 그 반응은 어디로 간 거야 이와쨩, 응?”

 “너무 이상하니까 아무생각도 안 들어서.”

그리고 다시 저 말하는 머리에게 익숙함을 되새김질하며 물었다.

 “우리 어디서 본적 있나?”

 “처음 보는 사이는 아니야 우리.”

20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웃음을 짓는 머리는 어딘가 사람신경을 긁고 있었다.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내 이름은 오이카와 토오루. 이와쨩의 친구야.”

 “...난 너 같은 친구 없는데. 더욱이 머리만 있는 친구는 특히.”

 “아하하! 맞아 이 상태로 얘기하는 건 좀 그로테스크하고 불편하겠지.”

‘머리’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 체 눈을 빙글빙글 돌리며 고민하더니 처음 만났을 때처럼 또다시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이와쨩 방에 벽장 있잖아? 거기에 내가 있을 거거든. 좀 꺼내줄래?”

지금껏 잘 얘기해놓고 또 자신을 꺼내달라니 무슨 헛소리인가 싶으면서도 벽장문을 열었다. 얘기하는 대로 다 해주다니 내가 단단히 미쳤구나 하고 생각하며 마주한 것은 이제 놀랄 기력도 없는 것이었다. 한손으로 그것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머리 다음은 팔이냐? 난 이런 거 내방에 둔적 없는데.”

 “그럼! 없지. 그렇다고 내가 둔 것도 아니야. 일단 ‘그걸’ 나한테 주고 씻고 와. 그러고 나면 처음부터 설명해줄게.”

 한 손으로 들기에는 제법 무거운 것을 살펴보자 정말로 인간의 팔 이였다.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된 옷으로 감싸여 있던 것은 저 ‘머리’와 같이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마치 시체처럼. 흰 피부의 그것을 가방 속 녀석 옆에 놓고 나는 천천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사고가 정지한 멍한 상태로 거실을 지나 날아오는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욕실로 들어서자 머릿속 의문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빗물에 절은 교복을 벗으며 볼을 꼬집어 봐도 아픔이 느껴졌다.

 뜨거운 물을 머리에 끼얹어도 열기가 피부에 느껴졌다.


 꿈이 아니었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7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침대에 걸터앉아 입안에 무언가를 굴리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걸 보자 왼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짠~ 이제 오이카와씨랑 얘기하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갑자기 아이가 된 녀석을 마주 하자 생각났다. 오이카와 토오루. 6살에 유치원에서 만난 내 친구. 울음이 많고 겁이 많아서 늘 내 옷 소매를 잡고 울던 친구. 같이 곤충채집을 하던 것부터 유치원을 졸업한 것까지의 기억이 빠르게 책을 넘기듯이 지나갔다.

 “맞아 하지만 이와쨩이 기억하는 ‘오이카와 토오루’는 아니야.”

 녀석은 내 기억 속의 친구와 같은 얼굴과 모습을 하고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나도 오이카와 토오루는 맞아. 응? 별로 이상한 얘기는 아니야. 뭐 겪어 본적 없어서 그런 것뿐이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바뀐 거야. 스위치(switch)지. 내가 있던 곳의 ‘나’ 와 지금 이곳의 ‘나’ 가 말이야. 이유는 아마 곧 할로윈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달이 커지면서 가끔 양쪽의 문이 열리기도 하거든. 우리 쪽에도 있어, 그 행사. 뭐... 방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그런 모습이었던 건 다른 차원을 건너오면서 그렇게 된 걸 거야. 왜 정확히 모르냐니, 나도 처음인걸. 너무 자세한 걸 기대하지 말라고? 지금 성장한건 떨어진 몸 조각을 주웠기 때문이야. 방금 머리였을 때의 몸무게는 기껏해야 2,3살 수준이여서 기억 못했던 걸 거야. 그리고 지금은 팔을 찾아서 자란 거고. 지금은 7살 때까지의 기억밖에 없지? 맞아, 찾는 거에 따라서 이와쨩의 기억도 돌아올 거야. 일단은 친구였나 보네 우리. 내 쪽에서? 으음 뭐 나도 완전히 기억은 안 나서 말이야. 아마 친구였지 않을까? 이와쨩 말을 들어보니까 이쪽 세계는 마법 같은 것도 없나봐. 흐음흐음 그렇구나. 둘 다 학생이었다니 평범하고 평화로운 세계네. 내가 살던 곳? 여기처럼 조용한 세계는 아니야. 자 여기 봐, 내 머리에 말이야 뿔이 있지? 나는 거기서 마왕이었거든. 아니 지금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아니긴 대충 뭘 생각하는지는 빤히 보이거든? 여하튼 이건 그냥 일종의 직업인 것뿐이야. 너희가 자연스럽게 학생이었던 것처럼 말이야. 별로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구? 마법도 지금 상태로는 큰 걸 쓸 수 도 없고. 되찾아 주기만 하면 바로 돌아갈 거야. 그런데 나는 일단은 이세계 사람이잖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다는 거야. 같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최대한 이와쨩 근처로 떨어졌지. 맞아 우리는 저쪽에서 아주 친한 사이였거든. 방금 기억 안 난다고 한 거? 에이 그런 건 감으로도 알 수 있는 거잖아. 그치? 이와쨩도 날 도와준 게 그런 이유였지 않아?


 녀석은 제멋대로 요리조리 피하며 대답하고 묻고 찌르고를 반복했다. 녀석의 말을 들으며 머리에서 몸이 떨어진 건지 몸에서 머리가 떨어진 것인지를 입안에서 굴리던 이와이즈미는 잡다하고 불분명한 것들을 날려버리고는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그러니까 너한테서, 아니 머리에서 떨어진 것들만 모아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거지?”

 “이쪽도 저쪽도 단순명쾌하구나, 이와쨩은! 그래 내가 원상복귀만 된다면 ‘아무 문제’ 없는 거야. 남은 건 기억하기론 팔 하나랑 다리 두 개, 몸통 하나니까 금방일거야.”

 역시 어딘가 지나치게 익숙한 그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약속했다.

 “알았어, 도와줄게.”

비록 기억 속 7살친구의 모습을 한 그의 설명은 어딘가 명쾌하지 못했지만.

 세 번째로 터져 나오는 한숨과 혀 짧은 발음으로 시끄럽게 구는 그를 뒤로하고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자 10월 30일, 그리고 정각이 되기 1분 전 이었다.


*


 알람소리에 맞춰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오늘도 평범한 아침.....이지는 않았다. 눈을 뜨자 어릴 적 기억에만 있는 친구가 침대 옆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그런 반응이야!”

 “너라면 일어나자마자 외부인이랑 마주치면 어떻겠냐?”

 “오이카와씨는 잘생겼으니까 괜찮잖아! 그리고 친군데 외부인이라니 너무하네.”

 “얼씨구! 그리고 잘생겼다기보다는 음, 예쁘장한 거지.”

 “그치?!”

 “그래봤자 마왕이고 7살 어린애잖아.”

 “에이 괜찮아. 곧 전부 찾을 건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거예요.”

 “굉장히 자신만만하다?”

 “이래봬도 나는 마왕님이라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럼 혼자 해.”

 “그건 안 돼! 속좁네, 이와쨩. 한번 놀린 거 가지고 삐지기는.”

 “삐진 거 아니거든?”

 “완전 삐진 거거든? 그리고 이와쨩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고 어제 얘기해줬잖아.”

녀석은 7살 어린애모습인 주제에 굉장히 기세등등했다. 아무리 봐도 내 머릿속에 친구와는 많이 다른 거 같은데 말이야. 아니면 크면서 어딘가 삐뚤어지기라도 한 걸까. 이와이즈미는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긁으며 방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녀석이 물었다.

 “어디가는거야 이와쨩?”

 “학교가야지. 어제 얘기했잖아 학생이라고.”

 “그건 안 돼. 이와쨩은 날 도와서 나머지 몸들을 찾아줘야 하잖아?”

 “무슨 억지야 그건. 학교를 안가면 일도 커지고 귀찮아져. 네가 처리해 줄 것도 아니잖아?”

어이없어하는 대답에 오이카와는 오른손을 들어 중지와 엄지를 가볍게 부딪쳐 소리를 냈다. 어린아이인지라 난 소리는 작았지만, 그것에 맞춰 희끄무레한 것이 이와이즈미를 지나 문을 열고 나갔다. 잠깐 스쳐지나간 그것은 반투명했지만 분명 자신이었다.

 “뭐, 야 저건?”

삐끗한 목소리로 묻자 녀석은 뭐가 좋은지 또 사탕 같은 것을 꺼내 입에 굴리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마왕이라고. 신체가 7살 정도이긴 해도 이정도 마법은 부릴 수 있어. 저게 이와쨩 대신이 되어 줄 거야. 그러니까 이제 나랑 같이 찾으러 갈 수 있지?”

그렇지? 실실 웃으며 자기 자랑을 늘여놓던 녀석은 나한테도 사탕을 권했다. 조막만한 손에서 건너 받은 사탕은 어딘가 붉은 것이었다. 입에 넣어 굴리자 익숙한 쓴 맛이 퍼졌다.


*


 집에서 20분을 걸어 도착한 중학교는 내가 다녔던 곳이었다. 무턱대고 이곳을 가리킨 녀석은 이곳에 떨어진 것 중 하나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등교시간이 지나 사람하나 없는 교문을 지나고 있는 중이였다. 들어가길 망설이는 나에게 녀석은 마주잡고 있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우리 모습은 다른 사람들한테 안 보인다니까 그러네, 이와쨩. 확인 해놓고 왜 그래?”

확실히 집을 나설 때도 20분간 거리를 지나오는 동안도 아무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만질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마법도 쓰는걸 보면 확실히 마왕이긴 한가보다 하고 눈을 빛내며 내 오른손을 잡고 흔드는 녀석을 내려다봤다.

 “자 어서 가자고 이와쨩 어서 찾아서 돌아가야지!”

그래그래 너는 네가 살던 곳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우리는 손을 잡고 키타이치 중학교의 교문을 넘어섰다.


 1교시 수업이 한창인 학교는 선생님들의 말소리가 가끔 들리는 것 말고는 조용했다. 녀석이 나를 이끈 곳은 3층의 서쪽 교실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이곳은 1학년들의 교실이 모인 곳이었다. 우리는 사람하나 지나지 않는 계단을 오르고 처음 보는 선생 한명이 지나가는 복도를 지나 1-6이라는 문패가 걸린 교실에 들어섰다. 체육시간인지 교실에는 벗어놓은 교복들과 그전 시간의 교과서만이 책상위에 가득했다. 그리고 이질적인 것 하나.

 어제 벽장에서 찾은 팔과 비슷한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다리였다. 툭툭 건드려도 반응 없는 것이 영락없는 시체와 같았다.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자 이제 저번처럼 너랑 이 다리만 놔두고 나가 있으면 되는 거지?”

 “응. 이와쨩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야~”

시답잖은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 어린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벽에 기대 다리에 힘을 풀며 쭈그려 앉아 머리를 굴려도 오이카와와의 학창시절은 기억나지 않았다. 저 녀석이 나한테 온 걸 보면 저쪽에서는 계속 친구인 것 같은데 여기서는 어떠려나. 창밖에서 떨어지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멍하니 앉아있던 중 드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옆의 문이 열렸다.

 “자 이제 14살의 오이카와씨 입니다.”

아, 생각났다. 얼굴을 보는 순간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던 비디오에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7년간의 기억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상영회를 가졌다. 처음 싸웠던 일, 편식 때문에 혼나고 우리 집으로 뛰쳐 들어왔던 일, 첫 등교날 반이 갈렸다고 하루 종일 엉엉 울었던 일, 3학년이 되어서야 같은 반이 되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던 일,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입학식, 교복이 잘 어울리는구나 하고 속으로 삼켰던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푸하아”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푹 숙이자 녀석이 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나를 툭툭 쳤다.

 “뭐야 이와쨩 뭐 안 좋은 기억이라도 났어? 기억나는 게 뭔데 그래?”

고개를 들어 방금 기억난 녀석의 얼굴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입이 삐죽였다.

 “뽀뽀한 거.”

 “그거 때문에 그렇게 빨개진 거야? 귀여워라~”

기억 속 얼굴과 똑같이 웃는 것을 눈앞에 두자 더 부끄러워진 느낌이었다. 오이카와는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보다 훨씬 작은 녀석한테 그런 거 듣고 싶지 않거든?!”

어차피 남들한테 들리지도 않겠다, 크게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 뭐가 그리 좋은지 녀석은 여전히 자리에서 웃고 있었다.

 “그럼 너는 어떤데? 기억났을 거 아니야.”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와쨩이 기억한 거랑 비슷할 거야. 정말 다행이지 뭐야.”

입을 삐죽이며 뭐가 다행인 것이냐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기억 속 녀석보다 훨씬 귀염성 없는 녀석이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정도 작은 녀석을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얼굴 붉어진 이와쨩, 어딜 그렇게 빨리 가?”

 “후딱 찾아야 할 거 아니냐, 나머지. 그리고 이름 앞에 쓸데없는 거 붙이지마.”

작은 녀석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재빨리 내 옆으로 따라붙어 같이 걷기 시작했다.


*


 앞에 선 사람이 버스를 타는 동시에 우리도 버스에 올라탔다. 지금상태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요금을 찍지 않고 슬쩍 지나치자 약간 양심이 찔리는 것 같았다. 어차피 별로 상관없잖아?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인데. 여전히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녀석의 볼을 한번 꼬집어 주고 뒷자리의 차창 가에 앉았다. 열린 창밖에서는 낙엽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중학교 다음 가리킨 곳은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야하는, 문화박람회가 열리는 대형 전시회장이었다. 왜 이곳이냐고 하자 녀석은 아마 이쪽의 오이카와한테 관련이 있는 장소일 것이라고 했다. 스위치 당한 거니까 말이지. 녀석은 그렇게 얘기했다.

 ‘이번에 내리실 곳은 시립 전시회장, 시립 전시회장입니다. 내리실 분들은....’

알림음이 차내에 흐르고 나는 창 옆의 정차 벨을 눌렀다. 정류장 앞에 멈춰선 버스의 문이 열리고 기사는 백미러로 내리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빈 좌석들뿐이었다. 고개를 한번 갸웃하고 곧 기사는 다음 역으로 출발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 거야?”

 “여기서 왼쪽이야.”

녀석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길을 안내했다. 이러면 내가 없어도 되는 거 아니야? 이세계 사람, 아니 마왕이라더니 길도 잘만 아는구만. 애초에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투덜거리며 물어도 녀석의 대답은 이번에도 간단했다.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애초에 나는 이와쨩이 사는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먼저 건드려 주지 않으면 ‘몸들’을 내가 어떻게 해볼 수 도 없거든. 이제 세 개밖에 안 남았어. 오늘 안에 끝내고 좋잖아?”

 녀석의 멈추지 않는 재잘거림과 동시에 도착한 곳은 할로윈 전시관 이였다. 아직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전시장으로 들어선 우리가 멈춰선 곳은 할로윈 설명 패드 앞이었다. 이번에는 왼쪽 팔 이였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지 이와이즈미는 태연하게 팔 뒤에 있는 판의 설명을 읽어나갔다.

 “영국 등 북유럽과 미국에서는 큰 축제일로 지켜지고 있는 할로윈 데이는 원래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되었다.... 켈트족들의 새해 첫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인데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고 여겨, 사람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하며, 이 풍습이 할로윈 데이의 시작이다.”

 “풍습은 우리 쪽이랑 이유가 비슷하네. 뭐 챙기는 건 인간들 뿐 이었지만.”

 “그 뒤로는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황... 뭐라고 읽어야 하지? 여하튼 누구 씨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하고 그 전날을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s’Eve)'로 만들었다고 하네.”


 “가장 불경한 날이라는 거지. 원래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잖아.”

질리지도 않는지 느물거리는 녀석에게 바닥의 팔을 들어 안겨주고는 전시실 밖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할로윈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딱히 챙겨본 적은 없는 거 같았다. 14살 이후의 기억은 없지만. 그전의 것들도 이와이즈미가 챙겼다기 보다는 오이카와가 그랬다. 머리에 검은색 가면을 뒤집어쓰고는 놀래킨답시고 장난을 쳤다가 이와이즈미의 주먹이 빨리 날아가고 부터는 챙기지 않은 행사였다. 어차피 저런 거 그냥 장난이고. 곧 머리 저편에 잊힌 기억을 뒤로하고 손을 펴 하나씩 접어가며 숫자를 셌다. 팔들은 다 찾았고 다리하나도 찾았으니까... 손가락 세 개가 접히고 펴진 손가락은 두 개였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자 한낮이었다. 잘하면 오늘 저녁 안에 전부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다시 원래의 오이카와가 돌아오고 어제와 오늘의 일은 저 할로윈 데이라는 것에 장난이라는 것으로 넘겨버리고. 응 그래야지. 혼자 납득하고서 다시 전시관으로 걸어갔다. 벽에 걸린 시계가 11시를 넘어선 시간 이였다.


*


 “아니 이와쨩 왜 계속 내 얼굴을 못 보는 건데?”

 다음으로 오이카와가 얘기한 곳은 지금 이와이즈미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였다. 위치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길이 복잡해서 족히 40분은 버스를 타야 하는 곳 이였다. 이번에도 전처럼 다른 사람이 올라타는 동시에 올라타 착석한 상태로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였다. 그리고 이와이즈미는 전시회에서 17살이 된 오이카와를 본 이후부터 지금까지 말이 없었다. 아직은 이와이즈미보다 작은 오이카와가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뭐야 왜그래. 뭐 안 좋은 거라도 기억해 낸 거야?”

 “뭐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을 횡설수설하며 말하는 이와이즈미에게 이번에는 창가에 앉은 그가 콧소리와 함께 직격탄을 날렸다.

 “알겠다. 사귀었었지? 우리.”

 “...어떻게 알았냐?”

그제야 머리를 들고서 긁적이며 물었다. 딱히 부끄럽다기보다는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리를 채워나가 멍한 상태였다. 중학교 3년 동안의 일들이 머리를 지나가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래도 많이 어른스러워 졌구나. 고백도 다하고.

 “아니 나도 기억이 돌아와서 말이야. 우리는 ‘내 쪽’에서도 사귀는 사이였거든. 정말 다행이야. 이쪽에서는 사귀는 사이였다니.”

 “너 말이 잘못됐잖아. 거기서도 사귀면 여기서도 사귀는 사이겠지.”

이제는 정신이 완전히 돌아와 녀석의 말을 바로잡았다. 저러는걸 보면 저쪽도 돌아온 기억에 만만찮게 어지러운가 보다.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행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다시금 치근덕대는 녀석을 떼어놓자 투덜거리면서도 귀찮게 굴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저 의미 불명의 노래는 이어졌다. 30일 다행이야 이와쨩 사랑 다시돌아가요 행복 모르는 노래에 바꿔 끼워진 단어들로 소곤거렸다.


 그러다 학교까지 5정거장을 남겨 놓고 녀석은 의미 불명의 노래를 멈추고 내 어깨를 톡톡 치더니 말했다.

 “trick or treat!”

 “뭐야?”

 “오늘 할로윈 데이잖아. 그러니까 해봤지.”

 “나 줄 거 없는데?”

 “괜찮아 나중에 장난치지 뭐. 하지만 나는 자상하고 이와쨩을 좋아하는 오이카와 마왕님이니까 줄게. 자, 사탕.”

오늘 아침에 먹은 것과 같은 검붉은 사탕 이였다. 아침보다 색이 더 짙어진 거 같지만 빛이 더 적어서 그런가. 너는 이런 게 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도 천연덕스럽게 원래 가지고 있었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여전히 익숙한 맛이 느껴지는 사탕을 입속으로 굴리며 어디서 맛보았던 건지 생각하던 중 학교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의 뒷문으로 내리던 중 생각났다. 그건 연습중 배구공에 맞아 입안이 터졌을 때와 같은 맛 이였다.


*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자 저녁 6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뭘 했는지 벌써 이시간이지? 거기다 팔도 다리도 배도, 온몸의 근육들이 찌릿하다. 무거운 거 옮긴 적도 없는데. 녀석 몸이라고 해봤자 20kg 넘지 않는 것들이고. 뭐 그래도 오늘 안에 끝날 일들이니까 상관없겠지.

 “이제 두 개만 더 찾으면 끝이네.”

 오이카와는 옆에서 그렇네 라고 맞장구치며 웃을 뿐 이였다. 내 기억 속 녀석은 좀 더 촐싹대는 느낌 이였는데. 뭐 저쪽의 오이카와니까 다른 거야 당연한가. 이제 곧 착하고 어딘가 엉성하지만 성격 나쁜 친구가 돌아온다. 오늘 일을 얘기하면 무슨 장난이냐고 웃으려나. 어떤 반응일지 상상하며 키들거리자 녀석이 재빨리 내 팔을 잡고 끌었다.

 “학교 문 닫기 전에 해결하고 나와야지. 어서 가자 이와쨩.”


예상했던 대로 이번에는 배구부실 이였다. 기세 좋게 연습하고 있는 부원들과 같이 있는 뭔가 흐물거리고 반투명한 나를 보자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상한 기분에 잡히는 것보다 빨리 몸을 찾는 쪽이 중요했다. 녀석이 가리킨 곳은 안쪽의 탈의실 이였다. 벤치의 정 중앙에 올려진 건 낮에 주운 것과 한 쌍인 다리였다.

 “너 이거 다른 애들한테는 안 보인다고 했지?”

 “응 그렇지. 우리는 외부인이니까 말이야.”

 “멋대로 우리 붙이지 마라. 그렇다고는 해도 다들 멋도 모르고 이 주변에 앉았다던가 했을 거 생각하면 불쌍해지네.”

내 말에 녀석이 이죽이며 말했다.

 “불쌍해?”

 “일단 피라던가 그런 건 없다지만 마네킹 같은 것도 아니고 진짜 다리잖아. 보였다면 비명 지르고 난리 났을걸?”

머릿속으로 겁 많은 친구들과 후배들 그리고 코치가 지나갔다. 다들 확실히 남들보다 겁이 많은 편이니까. 벌레가 나왔을 때도 이와이즈미가 선봉에 서서 잡았었었다. 오이카와야 뭐 당연히 별개고. 그래도 고3이 되면 좀 덜하지 않을까. 기억이 돌아오는게 기다려졌다.

 “자 이제 이것만 끝나면 마지막 하나겠네.”

 “빨리 끝나서 기뻐?”

 “그렇지. 이제 내일부터면 돌아갈 거고. 빨리 하고 나와라?”

뻣뻣한 어깨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탈의식의 문을 닫고 팔뚝을 주무르자 학교에 들어오기 전보다 더 결리는 느낌이었다. 배구 두 세트를 연달아 뛰었을 때와 비슷한 피곤함이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녀석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내자 시간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코트로 나가자 환했던 곳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적막한 나뭇바닥만이 있을 뿐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긴 한가보다. 아니면 정말 꿈인가. 볼을 꼬집어도 아픔은 느껴졌다. 오른손으로 볼을 쳐봐도 여전했다. 손을 내리다 본 팔목에는 길고 깊은 손톱자국이 나있었다. 피는 나지 않는 체였다.


*


 녀석은 계속 내 팔목의 상처를 쓰다듬고 있었다. 걷기 불편하디니까 그러네 이제 떨어져. 손을 빼내려 해도 18살이 된 녀석은 악력이 나보다 더 세져 빼기도 쉽지 않았다.

 “긁힌 적 없는 거 같은데. 어디서 이런 거지?”

 “오전에 급하게 뛰다가 옆에 긁힌 거 아니야? 아니면 자다가 그랬다던가.”

상처를 문질러도 따갑기는 했지만 피는 맺혀있지 않았다. 걷어 올린 소매를 내려 대충 정리하고는 속도를 내어 집으로 향했다.

 “뭐 상처야 그렇다 쳐도 오늘 진짜 이상한 날이긴 하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별 하나 없는 하늘은 커다란 달만 떠있었다. 쌀쌀해진 공기에 입김을 내어보자 곧 형체를 잃고 달 위로 퍼졌다.

 “할로윈이니까 그런 거야.”

 “그래 31일이니까.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어.”

고개를 제자리로해 어제 집을 향해 걸었던 길을 똑바로 걸어갔다. 비가 내리지 않고, 가로등 밑에 머리도 없이 오이카와와 같이 걷는 길은 평소에 걷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나보다 더 커진 녀석을 보며 입을 삐죽이고 다시 물었다.

 “마지막게 집에 있었으면 어제 팔이랑 한꺼번에 했었으면 좋았잖아.”

 “아니지 이와쨩.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거라구?”

퍽이나. 저 녀석이 얘기할 순서라는 것도 어차피 내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겠지. 고개를 털어내고 뛰기 시작했다.

 “치사하게 이와쨩 먼저 가기야?! 오이카와씨랑 같이 가야지!”

 “뭐 어때 내 집이고 이제 마지막인데!”

밤공기를 떨쳐내듯이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세 번째 가로등은 어제 폭우 때문인지 완전히 점등된 체였다. 그래도 오늘은 달이 유난히 밝아서 문제없었다. 집까지는 이 속도로 10분. 금방 이였다.


 불이 켜진 현관을 가로질러 거실을 보자 부모님 두 분은 TV를 보는 중이였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는걸 보면 흐물한 그게 씻는 중일 것이다. 어쨌든 다행이네 보이지 않는다 해도 마주칠 일은 없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으 피곤해.”

목을 한 바퀴 돌리자 우드득거리며 관절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정말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고작 그 거리를 왕복하고 팔다리 몇 번 들고 날랐다고 이런 건가. 내일부터는 근육 트레이닝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일을 물었다.

 “마지막이네. 이번에는 어디야, 저번처럼 벽장?”

 “아니야 이번에는 바깥.”

녀석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내방에 나있는 기다란 창이 보였다. 하지만 내방에는 발코니 같은 건 없는데. 뭐 둥둥 떠 있기라도 하는 건가 하며 창을 열자 밧줄에 묶여 난간에 걸려있는 몸통이 보였다.

 “무슨 배달 서비스야? 왜 여기 매달려 있는 건데?”

 “에이 뭐 어때 이와쨩. 이제 다 끝이잖아?”

그래 다 끝이지. 이상하다 생각하는 머릿속도 꾹꾹 눌러 담으며 밧줄을 끌어당겼다. 생각보다 꽤 무거운 것을 끌어당겨 올리자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밝은 달빛 아래서 보자 까만 망토를 두른 성인이었다. 저쪽의 오이카와는 벌써 어른인가 보네. 마왕이라고 했으니 당연한 건가. 아무렇지 않은 생각들을 제치고 이제 끝났다는 것이 머리를 꽉 채웠다.

 “이제 진짜 끝이지?”

 “아니야 돌아가는 건 자정이니까 그때가 끝이지.”

 “뭐... 여하튼 오늘만 가면 끝이라는 거네. 잠시 밖에 나가 있을 테니까 이번에도 빨리 끝내기나해. 끝나면 이제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잘 거니까.”

 “그래그래 이와쨩. 금방 끝날 거야. 이제 다 끝났거든.”

저녁때보다 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방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어깨가 결리는 수준을 넘어서 온몸이 삐그덕 거리는 것 같았다. 운동도 쉰 날인데 고작 저 몸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다고 이렇게 된 거면 정말 큰일인데. 데굴데굴 머리를 굴리며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벌써 11시 30분이였다. 밖에서는 경찰차의 경고음이 울리고 밑에서는 작게 TV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일이 많은 하루였나 보다. 그래도 이제 끝이니까. 저절로 감기는 눈을 감으며 벽에 기댔다.


 “이와쨩. 이제 끝났어.”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퍼떡였다.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완전히 성인의 모습이 된 오이카와가 서있었다.

 “자 감상을 말해줘!”

 “뭔 놈의 감상이야. 감상은.”

 “7살 모습일 때 나보고 잘생긴 건 아니라고 했잖아. 지금은 잘생겼지?”

이제는 나보다 훨씬 커진 녀석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뭐 확실히 그렇긴 하네.

 “오이카와도 크면 너처럼 되는 건가?”

유심히 볼수록 확실히 잘생기기는 했다. 고개를 끄떡이며 생각하는 이와이즈미에게 마왕은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는 없어.”

입안에서 오전에 먹었던 쓴 사탕 맛이 살아났다.


*


 “있지, 설마 마왕이 그냥 우연히 이쪽과 바뀌는 바람에 넘어왔고 떨어진 ‘내 몸’만 모으면 되는 형편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녀석의 말은 망치가 되고 송곳이 되어 날아왔다. 형편 좋은 이야기. 이게?

 “날짜도 맞추고, 무게도 이와쨩이 잘 들고 처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부러 그렇게 한 거야. 원래는 조금 더 조각내서 이쪽의 이와쨩이 어떤지 알아보려 했는데 어제 저녁에 본 이와쨩은 나를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5조각으로 한 거야.”

 “무게?”

숨이 잘 들이쉬어지지 않는 거 같았다. 무언가 가슴을 내려찍고 있었다. 배에 힘을 줘도 옆구리까지 퍼져가는 감각을 막을 수 없었다. 녀석이 내 물음을 듣고 씨익 웃는다. 내가 아는 오이카와가 짓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 몸은 말이지, 머리 빼고는 다 이와쨩이 만들어 준거야. 오늘 많이 피곤하지 않았어? 팔에 상처도 났잖아. 인간이 그렇게 끈질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뒤에서 목을 눌렀는데도 상처가 나버렸잖아. 딱히 이와쨩이 나쁜 건 아니야. 이쪽은 평화로운 곳인걸.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하는 곳이 아니니까.”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며 이와이즈미 팔의 상처를 쓸었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몸 조각들은 그럼.

 “얘기했잖아 이와쨩이 만들어 준 것들이라고. 괜찮아 그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이와쨩은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되거든. 하나는 이와쨩이랑 나는 이제 공범이라는 거.”

공범. 그래 몸이 뻐근했던 이유는 그거였나? 그래서 그렇게 차가웠던 걸까? 시체라서? 내가 만든?

 “두 번째는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사랑한다는 거. 그리고 이쪽의 오이카와는 없어. 나랑 바뀌면서 끝났거든. 이제 이와쨩이 사랑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야. 안 그래?”

얼이 나간 얼굴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고 오이카와는 창을 열었다. 달이 열리는 날은 오늘이 유일하고 그 오늘도 이제 5분도 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모든 것이 끝났으니까.

 “괜찮아 저쪽에도 할로윈은 있으니까.”

다시 함께야. 이와쨩. 마지막 말과 함께 둘은 달에 잠기기 시작했다. 달에 잠기던 중 이와이즈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떠올랐다.


 아 생각났다. 그때의 사탕은, 죽음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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