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가로등마저 깜빡이는 인적 드문 국도를 지나다보면 녹이 슬고 구부러져 무엇을 경고하는지도 보이지 않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을 따라 국도를 벗어나면 나오는 샛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름 없는 야산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되어 말라버린 죽은 나무를 끼고서 또다시 한참을 올라가면 나오는 절벽은 아는 사람은 안다는 자살명소였다. 왜냐면 그 꺾어지듯 날카로운 절벽너머로는 물살이 거센 바다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같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의 바다는 절대 살아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울퉁불퉁, 삐죽한 그곳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간 듯 유일하게 바다로 이어지는 길만이 반들거렸다.

 이미 수십, 수백 명은 지났을 그 길을 창 너머로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차키를 돌렸다. 시동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 부르르 떨었다. 차 안이라 공기가 부족한 걸까, 식도 바로 밑에서 무언가가 끌어내리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숨을 한번 들이 쉬고, 엔진이 온몸에서 전하는 진동보다 더욱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서 엑셀을 밟았다. 차는 절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시동을 걸고. 둘, 엑셀을 밟고. 셋, 절벽으로의 낙하. 그리고 날카로운 절벽을 지나 바다로 떨어지기 직전, 계획은 틀어져버렸다. 본능적으로 오른발이 브레이크를 밟았고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차는 급정거했다.

 사람을 친 것이다. 다급히 운전석에서 튀어나와 떨리는 손으로 쓰러진 이를 흔들어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비도 오지 않는 날 온몸이 흠뻑 젖은 체 그는 죽은 듯이 누워있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운전자는 그를 보조석에 태우고 방금 전보다 급하게 엑셀을 밟았다. 이번에는 절벽이 아닌 집을 향해서였다.



인스턴트 자살

instant suicide.



 도어록을 열고 들어온 오이카와는 오른쪽 어깨에 짊어지다시피 하며 데려온, 아니 가져온 ‘그’를 거실 소파에 내려놨다. 그리고 자신도 그 옆자리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한번, 시체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를 옮기다 오른쪽 어깨에 들러붙은 미역을 떼어냈다. 터져 나오는 한숨과 함께 미끌거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방금 오이카와가 저지른 건 뺑소니였다. 한마디로 살인(殺人). 그 두 글자가 마치 눈앞에 둥둥 떠 있기라도 한 듯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두 손으로 가려도 그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자살할거였는데.”

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죽을 거였는데 거기에 살인이 추가돼도 뭐 어때. 이미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제쳐두고 그렇게 결론지었다. 힘 빠진 다리를 끌어 침대에 드러눕고는 눈을 감았다. 내일, 내일 같이 뛰어내리면 될 거야. 그런 곳을 이런 시간에 돌아다니던 사람이었으면 정상은 아니었을 거니까. 그렇겠지? 간편한 자기합리화가 끝나고 곧 눈이 감겼다.


 오이카와는 식사를 하는 중이였다. 따끈한 흰 쌀밥에 구운 꽁치구이가 있고 그 옆에는 소복이 쌓인 소금이 있었다. 간단한 반찬들 몇 가지가 자리를 마저 채운 식탁에 누군가와 앉아 같이 밥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꿈이었나?”

축 쳐진 몸을 일으키며 생각해도 꿈이라기에는 너무 선명했다. 그곳에서 맡았던 냄새가 여전히 집에서도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올 사람도 없었다. 예전에 같이 살았었던 애인들과 헤어질 때마다 도어록의 비밀번호도 바꿔서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침대 옆 탁상에 있던 빈 꽃병을 들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고개만 기울여 본 부엌에는 뜻밖의 사람이 서있었다. 바로 그가 어제 치여 죽인 사람이었다.

 “배고파서 부엌 좀 빌렸다. 네 것도 만들어놨으니까 괜찮지?”

 “죽은 거 아니었어?!”

당혹이전에 떠오른 생각은 안도였다. 그래 내가 사람을 죽인 건 아니었어. 아무리 자살하려했었지만 그건 아니지. 그래. 이제 깨끗하게 털어낼 수 있겠구나. 하지만 안심도 잠시였다.

 “죽었던 건 맞아.”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체 대답하며 한손으로 프라이팬을 휘둘러 음식을 뒤집었다.

 “왜, 사람 살아난 거 처음 봤냐?”

오이카와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전력으로 달려가 꽃병을 휘둘렀다. 어제 데려온 사람은 제대로 미친놈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만 훌쩍이고 밥이나 먹어.”

그리고 오이카와는 아픈 배를 문지르며 밥을 먹고 있었다. 꽃병을 휘둘러 무언가를 치기도 전에 날아온 남자의 발차기가 정확히 명치에 명중했기 때문이다.

 ‘멍청아 나 손에 프라이팬 쥐고 있는 거 안 보여?! 음식 떨어트린다고!’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동작은 또 쓸데없이 정확하네. 그게 토기가 올라온 오이카와가 입을 한손으로 막으며 한 생각이었다.

 “배는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사람은 갑자기 달려들지 손에는 음식이 있지, 방법이 없잖냐.”

 “정확히 명치였어.”

밥을 먹다 말고 째려보는 오이카와에 당황했는지 남자는 입을 한번 삐죽이고는 말을 돌렸다.

 “그러는 너는 어제 차로 쳤잖아. 그에 비하면 발차기야 약하지. 이거랑 그거랑 쌤쌤이로 쳐.”

그건 확실히 그랬다. 애초에 차와 발차기다. 비교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죽었다 살아났다는 눈앞의 남자는 미친게 분명했다. 추궁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남자는 몇 번의 헛기침 끝에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밥 다 먹으면 얘기해줄 테니까 먹기나 해. 먹으면서 들을만한 얘기는 아니니까.”

말을 마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에서 달그락거리며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꿈속 메뉴와 같은 밥은, 확실히 맛있었다.


 밥 두 공기를 깨끗이 비우고서야 식사를 끝낸 오이카와는 소파 앞의 낮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시체였던 남자와 마주앉았다. 그의 행색은 보기에 멀쩡했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미친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물었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그쪽을 그러니까 절벽에서 치여 죽였다. 그런 거죠?”

일단은 준비를 했다고 해도 본인의 범죄사실을 물어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친 사람이라도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신고를 한다면 살인죄로 잡혀가는 걸까? 그렇다면 그 전에 뛰어내리던가 해서...

 “이와이즈미 하지메.”

 “응?”

 “이름말이야. 얘기하기 불편하잖아. 그쪽은?”

 “오, 오이카와 토오루.”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치여 죽일 뻔한 사람과 통성명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화가 난 기색도 아니었다.

 “일단 그 질문에 대답하자면 죽은 건 맞아. 그런데 다시 살아났을 뿐이야.”

남자의 이상한 말이 끝나고 오이카와는 다시 그를 미친놈에 분류했다.

 “왜냐면 나는 죽지 않거든.”

방금 분류 취소. 그는 정말 굉장히 미친놈 이였다.


 “지금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지.”

인상이 날카로운 눈이 오이카와를 한번 푹 찌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로 화가나 보이지는 않았다.

 “됐어 별로 화 안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그러니까 이와이즈미씨 말은 본인이 불사신이다?”

 “일단 내가 죽을 때 마다 다시 살아나는 걸로 봐서는 그런 거 같은데.”

이어서 그가 하는 설명은 단조로웠다. 별로 흥분하지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지도 않았다. 마치 바위처럼, 어제의 날씨를 이야기하듯 이어졌다.

 “죽는 건 맞는데 그때마다 되살아나더라고. 꼭 마리오에서 코인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말이야.”

차 홀짝이는 소리가 오후의 거실을 채워갔다. 마리오게임이라니 그게 언제 적 거였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면 마지막으로 했던 게 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았다. 생긴 건 내 또래인데 말이야.

 “다시 살아나는 거랑 늙지 않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영화나 그런데 나오는 것처럼 별로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야. 참 쓸모없는 능력이지, 안 그래?”

다 마신 찻잔에 새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찻잎이 둥둥 뜨더니 일자로 섰다.

 “그럼 얼마나 오래 산거야?”

 “글쎄, 얘기했다시피 다른 건 평범한 인간이랑 똑같고 기억력도 그렇거든. 일단 제일 처음으로 생각나는 건 1897년인데. 뭐, 더 오래됐을 수도 있지 않으려나.”

백년도 더 된 곳이 첫 기억이라고 하는 제 또래의 남자를 보며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단단히 미친놈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듣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죽으려고 절벽까지 올라갔었는데, 혹시 이상한 사람이라서 일이 생긴다고 해도 뭐 어때.

 “그 기억은 무슨 기억인데?”

 “어... 살해당한 기억?”

 “미안. 그건 넘어가자.”

앞에 앉은 이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초면에 듣기는 그랬다. 아니 이미 죽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시점에서 잘못 된 건가? 아리송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났지만 오이카와는 빗자루 쓸듯 치워버리고는 어제의 일을 물었다.

 “이와이즈미씨가 어제 절벽에 있던 이유는 뭐야?”

 “자살하려고 뛰어내렸었는데, 다시 살아나서 한 번 더 올라간 거야.”

그래 이 부분이다. 얘기하는 동안 계속 마음에 걸렸던 부분. 죽지 않는다는 남자는 왜 그곳에서 뛰어내렸던 걸까?

 “습관.”

어이없다는 오이카와의 표정을 보고는 이와이즈미는 식어버린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냥 확인 같은 거야. ‘이번에도 안 죽나?’하는.”

 “만약 얘기했던 마리오 게임처럼 코인에 개수라던가 그런 게 있고 이번에는 1개 밖에 안 남아서 진짜 죽을 수 도 있는 거잖아?”

 “잘 된 거지. 별로 살 마음도 없으니까.”

마지막 말을 듣고 나자 더 이상 물을 말도 없었다. 미친놈이라고 하기엔 그의 말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태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초탈했다. 원래 망상병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철석같이 믿는다던데 그런 걸까?

 그래 뭐 어때 나도 뛰어내리려던 참이였고. 오이카와는 냉장고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의 바를 잡고는 둘로 나누고 한쪽을 이와이즈미에게 내밀었다.

 “자 이와쨩도 먹어.”

 “왜 갑자기 반말이야. 그리고 그 요상한 호칭은 또 뭔데?”

 “내 집에 있으면서 불만도 많아.”

투덜투덜 거리며 소파에 푹 주저앉아 다리를 껴안고는 한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와이즈미도 곧 마찬가지로 소파 끝에 앉고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침방송은 볼 것이 없었다. 휙휙 돌아가던 채널이 두 바퀴를 넘어서자 오이카와는 포기했는지 다큐멘터리에 채널을 고정하고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깨물었다.

 “그런데 너 회사는 안가냐?”

 “그건 어떻게 알았데.”

화면에서는 카메라맨이 동물들에 가까이 가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에 대해 쓸데없는 설명을 하고 있었다. 정말 쓸모없네. 나만큼 쓸모없어.

 “사원증 걸려 있길래.”

 “못가. 상사랑 싸웠거든.”

 “그리고 그게 네가 어제 절벽에 올라왔던 이유?”

 “그렇지.”

이제는 한 운 없는 카메라맨이 맹수들에게 습격 받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것 봐, 역시 고생해봤자 의미 없다니까. 나처럼. 그건 분명 내 잘못은 아니었다. 그렇지, 그날도 그랬지. 고개를 끄덕이는 오이카와는 심드렁하게 얘기했다.

 “원래 그렇게 사이가 안 좋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물론 좀 눈치가 없는 사람이긴 했어. 그래도 평소에는 내가 참았거든. 그랬는데 말이야,”


 “오이카와씨는 오늘도 그렇게 실실 웃고 다니네. 이번에 차였다더니 뭐 곧 새로운 사람이랑 사귈 수 있다, 그런 거야?”

 결재 서류를 내밀었다가 돌아온 과장의 눈치 없는 말에 순간 부서의 모두가 조용해졌다. 과장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눈치가 좀 많이 없고 유머감각이 뒤떨어지는 사람이었을 뿐 이였다. 오이카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네네 그렇습니다, 하고 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게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대충 맞장구를 치며 서류를 받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자주 차이는 거 보면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 아냐? 처세는 잘하는데 말이야, 너무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 승진도 잘 안 된 건가? 하하하”

 순간 시야가 새하얘진 거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책상은 엎어져있었고 양손으로 과장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당황한 과장이 당황한 얼굴로 떨고 있었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평소처럼 참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행동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당신은 일을 그따위로 해도 승진도 되고 참 편하겠네! 그러면서 그 자리 벌써 10년째 아니야?! 처세도 못하는 건 당신이겠지! 그리고 당신 스스로는 당신 말이 재밌다고 생각하나 본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 쓸데없이 남의 사생활 같은 거 캐묻지 말고 함부로 말하지도 마! 가벼워보인다고?! 그래도 당신보다 내가 더 노력하고 있어! 늘 그렇다고!”


 “그랬다는 이야기야.”

 “흐음, 순간 화를 참지 못해서 회사를 뛰쳐나와 버린 뒤에 자살하려고 했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입에서 이미 수직을 상실해 너덜너덜해진 막대기를 뺏더니 자신의 것과 같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튕겨나가지도 않고 한 번에 정확히 쓰로 인.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 별로 죽을 마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정말 죽을 작정이었으면 나를 치든 말든 절벽으로 달렸겠지. 그런데 멈췄다는 건 사람을 쳤다는 죄책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미련이 남은거 아냐?”

 “아니야. 정말 죽을 생각이었다니까?”

 “그럼 같이 죽어줄까?”

말문이 막혔다. 같이 죽어주겠다고? 나랑 같이?

 “것 봐. 대답 못하잖아. 그래도 죽을 마음 들면 얘기해. 같이 죽어줄 테니까.”


 “그리고 죽을 마음이 들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얹혀살겠다, 이 소리였네.”

백수인 오이카와가 자칭 불사신이라는 이와이즈미의 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현재 시간 오후 5시 30분, 이와이즈미는 요리를 오이카와는 한창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는 중이였다.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이와쨩?”

 “물을 거면 빨리 해. 이제 불에 볶아야 하니까.”

 “죽을 때까지 죽어본다던가. 그런 거 안 해? 별로 살 마음 없다며.”

 “안 해.”

 “왜?”

 “아프거든.”

 “그런 것도 신경 쓰는 거야? 의외네.”

 “예전에 한번 그러려고 겨울산에 올라갔던 적이 있는데 동사로 죽었다가 그다음에는 굶어죽고 그걸 반복하고 반복하다보니 봄이 돼서 깼는데 아파 죽겠더라고. 뭐 그때도 다시 살아나긴 했지만.”

고기 볶으면서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싶지만 같이 살다보니 그런 것도 익숙해진 오이카와였다. 기름 붓는 소리가 들리고 곧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흘러왔다. 돼지고기양념볶음이려나?

 “그러니까 이왕 죽을 거면 높은데서 뛰어 내리거나……. 아니다 그것도 별로네. 그냥 교수형으로 해. 괜히 제일 유명한 처형방식이 아니더라고.”

 “그런 거 추천하지 말지?”

 “죽을 거라더니? 것 봐, 너는 안 죽는다니까 그러네.”

 “아니거든!”

투덜거리며 일어나 프라이팬 근처를 서성이다 작은 고기들을 주워 먹었다. 곧 내쫓겼지만. 미리 수저를 내어 식사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물었다.

 “이와쨩 나랑 같이 죽어준다고 했지. 그럼 그전엔 누구랑 죽어준 적 있어?”

치익, 치익. 고기가 약하게 타는 냄새가 났다. 양념한 고기는 뒤적이는걸 멈추면 안 된다고 설명한 게 어제 같은데.

 “그건 기억이 안 나네.”같이 죽어준 적 있었구나? 누구였을까. 100도 더 전의 일이야? 그 사람도 나 같은 사람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되묻지는 않았다. 곧 식탁을 음식들이 가득 채우고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죽지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와이즈미와 곧 죽을 거라고 주장하는 오이카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둘의 공통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로에게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 달 동안 오이카와는 모아둔 돈을 쓰며 집에서 뒹굴 거리는 백수로, 이와이즈미는 요리에만 몰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거의 잠만 자거나 하릴없이 뒹굴데는 오이카와를 보며 잔소리를 하는데 썼다. 그것도 아니면 둘이 나란히 TV를 보거나. 한 달 동안같이 살면서 오이카와는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하루,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와쨩 장봐왔어~ 갑자기 타임세일이 있어서 돼지고기 등심을 한팩가격에 두팩으로 팔길래 두 팩 사왔는데 잘했지?”

거실은 조용했다. 양손에 들고 온 짐들을 식탁에 올려두고서 둘러봐도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이라면 보통 TV 프로그램을 보고나 소파에서 자고 있어야 하는데. 침대에서 자나 싶어 찾아봐도 그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욕실을 열어보자 이와이즈미가 있었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넘실거리는 물, 그리고 그 안에서 잠겨있는.

 그 다음부터 오이카와의 기억은 흐릿했다. 물에서 이와이즈미를 끄집어냈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그 날 핸들을 쥐었던 손보다 더욱. 그 손으로 코 밑에 손을 대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에 귀를 데어도 조용했다. 같이 죽어준다던 말은 거짓말 이였어? 흔들어도, 때려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 이와이즈미를 침대로 옮겼던 것 까지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건 그날 저녁이었다.

 “...미안.”

 “정말이였네. 죽어도 안 죽는다는 말.”

 “...응.”

 “이번에도 습관이었어?”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는 평소보다 실력발휘를 해서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을 쌓아 올렸다. 이게 오이카와가 목격한 그의 첫 자살이였다.


 그 이후 그의 자살은 계속 됐다. 당황하던 것도 잠시, 죽은 이와이즈미를 오이카와가 침대에 옮기고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같이 저녁을 먹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리고 익숙해진 만큼 그와 여러 가지에 대해 말하는 시간도 쌓여갔다. 이와이즈미의 자살은 발작적이라는 것. 종종 얘기하다보면 첫 기억이라는 1897년 보다 앞선 것들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의 자살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

 마치 그의 죽음은 마치 인스턴트 같았다. 진짜 자살은 할 수 없으니 무수히 반복하는, 전자레인지에 90초간 간단히 데우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같은.

 “오늘은 뭐였어?”

 “아마 질식사?”

 “그래서 일찍 일어난 거야? 저녁은 내가 하고 있어.”

 “너 고기 구울 때마다 태우더라. 그 나이 먹을 때까지 그게 뭐냐 그게”

 “오이카와씨는 아직 28년밖에 안 살았거든? 이와쨩이랑 비교하지 말아줘.”

오늘도 90초짜리 인스턴트는 계속됐다.

까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