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食).

 사전적 의미는 첫째로 음식, 둘째로 공급하다, 셋째로 의존(의지)하다, 넷째로 침식되다 소모되다 좀먹는다는 식(蝕)자와 뜻이 통한다.

 식, 그러니까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이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사라는 것은 음식물을 체내에 받아들임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이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행위이자 의*식*주 중 하나로, 사람에 따라서는 나머지 두 개의 위에 올리기도 하는 것. 인간에게 있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감각 중 가장 큰 하나. 무엇보다도 개인의 생리적·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일.


 식탁위의 음식들이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웠다. 질 좋은 밀가루를 쓴 부드럽고 담백한 샤오룽바오(小籠包)는 입안에 넣고 씹으면 담백한 게살향이 짙게 배어며 그 옆에 작은 종지에 있는 얇게 채 썬 생강을 곁들인 향식초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각자의 자리 앞에는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소바가 자리하고 있었다. 김을 뿌린 면을 츠유에 살짝 찍어 먹는 자루소바는 언제 먹든 별미였다. 물 대신 자리하고 있는 음료는 라씨. 요구르트인 다히에 물·소금·향신료 등을 섞어서 만든 평범한 라씨에 설탕과 망고과즙을 넣어 달게 한 것이다.

 “이제 음식 다 됐어. 먹자.”

 “응”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서 두 남자는 식탁에 마주앉아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 곧 젓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2편. 食에 관한 존중



 열심히 오고가는 젓가락질에 곧 음식들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한창나이대의 남자 둘이라 그런지 족히 4인분은 되어 보이는 음식들도 별것 아닌 듯 했다. 그렇게 얼마 후 식사가 끝날 때쯤 라씨를 단숨에 들이킨 오이카와가 말했다.

 “그런데 이와쨩 이거 밸런스가 안 맞지 않아?”

 “무슨 밸런스?”

 “영양 밸런스 말이야. 탄수화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 안 해?”

오이카와가 오른손에 든 젓가락 끝으로 가리킨 남은 음식들은 확실히 모두 탄수화물이 들어간 음식들이였다. 만두에 국수, 거기다 곧 디저트로 나올 작은 머핀까지. 그런 오이카와의 모습을 콧바람으로 넘겨버리고는 이와이즈미는 일어섰다.

 “늘 얘기하는데 불만 있으면 네가 만들라고.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불만이야?”

 “내가 음식 앞에 서기만 하면 비키라고 난리인 게 누군데 그래. 그리고 여기 내 집이라고?”

 “네가 너무 못해서 그렇잖아.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었냐?”

 “저번에도 얘기 했지만 28년밖에 안 살았거든?”

투닥거리는 소리가 좁은 집안을 가득 메웠다. 두명이 같이 살기 시작한지도 벌써 4달, 그리고 오이카와가 처음 이와이즈미의 자살을 본지 3달 이 지난날 이였다.




 그때는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자살에 완전히 적응했을 때쯤이었다.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세 번 이상 일어나면 익숙해진다는 말처럼 그의 인스턴트 같은 자살에 익숙해졌을 때쯤 오이카와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 챘다. 그가 만드는 음식들은 자살 뒤에 더욱 가짓수가 많아지고 맛있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니, ‘맛있어졌다’ 기 보다는 심혈을 기울였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게 그날의 식탁을 마주한 오이카와의 감상이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간단히 생각해 봐도 굉장히 모순된 행동이지 않은가. 끊임없이 자살을 반복하는 그가 생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것이. 그것은 마치 오이카와가 죽고싶어하는 동시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았다. 그 점에서 우리는 닮아있다, 고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그는 눈치 체고 있을까.

 “살아있는 증거라는 거지.”

 “증거?”

 “내가 기억하는 내 첫 번째 자살 때 말이야, 같이 살던 사람이 그걸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그러고는 다시 살아난 나한테 요리를 해줬었어.”

첫 번째 자살이라 하면 아득한 먼 얘기일 것이다. 말하던 이와이즈미의 눈이 먼 곳을 응시하며 가늘어 졌다. 

 “그렇게 잔뜩 먹고 났더니 뭐랄까 살아있는 기분 이였거든.”

간단하게 대답을 끝내고 가늘어졌던 시선은 다시 재료들에게 고정되었고 그는 곧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성을 들여서 하나하나 재료손질부터 직접 하는 요리. 그날은 그가 오이카와의 집에서 28번째 자살을 한 날이였다.


 요리를 해주었다는 같이 살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연인이였을까, 아니면 그냥 친구? 장을 보기 위해 근 일주일만에 외출한 오이카와는 머릿속은 느지막히 돌아갔다. 계절은 이제 거의 겨울에 접어들어 얇은 외투로는 으슬으슬 해진 때였다. 파고드는 한기를 느끼며 오이카와는 또 다시 생각했다.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얼마나 많이 죽고, 죽은 후에 다시 일어나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담담해지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오이카와는 길목에서 멈춰서 가만히 입김을 내어보았다. 마치 그처럼 어딘가 불안한 새하얀 입김은 천천히 겨울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사라져버렸다. 처음부터 없었던 마냥. 갑자기 슬픈 기분이 들었다. 물었던 질문에 담담히 대답하던 그 얼굴이 생각나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최대한 빨리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오이카와는 양손에 든 짐을 고쳐들며 움직였다.


 “나왔어. 빨리 왔지?”

 “30분만에 돌아오고, 엄청 빨리 왔네. 왜 이렇게 서둘렀어?”

 “이와쨩 외로울까봐 그랬지. 엄청 기쁘지?”

 “시끄럽고 사온 것들 냉장고에 넣기나 해.”

후다닥 소리가 날만큼 재빨리 정리하고는 자신의 옆에 붙은 오이카와를, 이와이즈미는 밀어내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그런 이와이즈미를 보며 옆으로 한 뼘, 한 뼘 더 가까이 다가가 붙어 앉았다. 이제 이정도 거리는 어색하지도 않은 사이가 된 둘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집중해서 보고 있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는 얼굴을 붙이고서 뺨을 비비적거렸다.

 “좀 떨어지지?”

 “싫어요. 오이카와씨 마음인걸.”

 “너 처음이랑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뭐 그때보다는 지금이 더 나으려나. 중얼거리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는 더 힘차게 볼을 갖다 붙이고서 부비적거렸다. 볼을 맞댄 그는 분명 따뜻했다. 비록 불과 몇 시간 전에 한 번 자살한 그였지만. 생각하자 또다시 드는 슬픈 기분에 이제는 온몸을 이용해 그에게 들러붙었다. 양팔과 다리를 뻗어 그의 몸에 감고는 소파를 뒹굴었다. 짜증을 내며 밀어내는 이와이즈미를 보면서도 그는 떨어지지 않고 더 꽉 붙들었다. 그는 명백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식사를 하고 있지 않아도, 자살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사람. 두근두근 뛰는 맥박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또다시 호화만찬이 돌아왔다. 구운 오리고기를 고추기름에 각종 야채를 더해 볶은 면에 올린 중국식 볶음면. 자잘한 반찬으로는 양파를 같이 버무려 알싸하고 씹히는 식감이 좋은 자차이(榨菜)가 놓여 있었다. 식탁의 중앙에는 다진 돼지고기에 양파 다진 것을 섞어 얇은 밀가루 반죽에 싸서 찐 만두인 사오마이(燒賣)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음식에 중국음식이 많은 이유가 있어?”

 “예전에 같이 살던 사람이 중식 요리사였거든.”

그의 입에서 스스로 과거 얘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4달하고도 일주일 동안 늘 오이카와가 슬쩍 물어보거나 했던 일이 아니고서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만난 사람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됐었어.”

 “중식 요리는 전부 그 사람한테 배운거야?”

 “응.”

쫄깃한 오리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가는것이 따가웠다. 혀끝에 닿는 모든 음식들의 간이 정확했다. 오이카와는 적당히 짭쪼름한 음식을 씹으며 생각했다. 그는 이 음식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가만히듣고 있자 그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은 ‘그’와 상하이에서 만나게 된 경위부터 시작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는 짤막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을 횡단한 이야기, 이름 모를 서쪽의 나라에서 살았던 이야기, 잠시지만 북극에서 겪었던 생활, 언젠가 난파선에 탔던 이야기 등등. 도저히 한사람의 인생이야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들. 하나, 하나 모두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식사를 하며 할 잡담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어느새 그의 밥그릇은 텅 빈 체였다.

 “왜 나한테 얘기해 주는 거야?”

 “....그냥.”

대답 후에 잠시 멈췄던 젓가락질은 곧 다시 시작되었다.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 방금 한 말들은 별로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과거 얘기인걸.”

 “그냥 과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잖아.”

 “좀먹는 기분이라서. 그래서 미리 얘기해 놓는거야.”

그 많은 과거들이 좀먹는 것 같다. 어딘가 단편적인 느낌이 든 이유는 그것이었을까? 그게 계속되는 식사 속에서 오이카와가 들은 두 번째 고백 이였다.



 좀먹는다는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 오이카와는 눈치챘다. 그가 해준 이야기서, 첫번째 나온 요리사인 '그'를 제외하고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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