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언제나 미묘하고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송년의 밤을 보내면서도 그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즐겁게 잔을 부딪치고 축사를 외치고, 상에 올라와있는 푸짐한 음식들을 입에 우겨넣으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겨우겨우 끝낸 술자리에서 도망쳐 나와 걸으며 술에 절어버린 뇌로 생각했다. 어차피 이제 곧 새해라 축하할 일들이 한 가득인데 왜 남의 생일까지 축하해야 하는 걸까.
 ‘고요한밤 거룩한 밤 동방의 박사들 별을 보고 찾아와 꿇어 경배 드렸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어느 종교단체 사람들인지 하얀 옷을 입은 이들이 큰길가의 한편에 자리 잡고서 양손에 하나씩 작은 종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왜 내가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놈 생일을 축하해줘야 하는 거냐고 참나.”
 불경한 말을 쏘듯이 내뱉고는 꼬이는 발을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써가며 거리를 뒤덮은 인파를 헤쳐지나갔다. 사방이 붉은색과 초록색으로 물들어 마치 약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시시덕거리며 웃고 있는 약쟁이들을 뿌리치며 커다란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눈에 익은 경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아직 주변에 자욱한 술냄새와 같이 승강기에 올랐다. 익숙한 버튼을 난타하고서 자꾸만 감기는 눈을 좌우로 돌려 억지로 깨우기를 세 번, 낡은 아파트 특유의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길게 이어진 연립아파트의 호수를 보지도 않고 걸어가 붉은색 장식이 달린 문 옆에 주저앉아 발을 굴렀다. 벌써 새벽에 가까워진 시간이지만 다들 밤을 잊었는지 하늘까지도 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들리는 캐롤을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흥얼거리고 있자 문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이와쨩 도대체 몇 시까지 퍼마신 거야?”
 “어... 방금 전까지?”
 “2시간 전에 25일 된 건 알고 있어?”
 “캐롤을 들어서, 알고 있어.”  
평소의 역할과는 반대가 되어버린 문답을 주고받으며 새삼 밖이 추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닿은 하체가 시려웠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전에, 할 말 없어?”
반쯤 열린 문 앞에서 거실 불을 등진 오이카와가 물었다.
 “그런 거 새해에 해도 되잖아.”
 “6일이나 차이나는 데다가 이건 완전히 다른 거잖아! 오이카와씨는 이와쨩을 그렇게 키운 기억이 없어요!”
 “아 진짜 또 쓸모없는 소리하네 쿠즈카와! 하면 되잖아 하면.”
투덜거리며 비틀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멀리서 다시 캐롤이 들려오고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생일을 축하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다 바보야.”
 “이와쨩도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도 이런 날이라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춥다 어서 들어와.”
 “세워둔 게 누군데.”
툴툴거리며 문을 비집고 휘청이며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냥 옆에 서있던 녀석을 껴안아버렸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오늘 태어난 분 고마워요. 덕분에 술 마시고 이렇게도 해보네요.
 “고의 아니면, 실수?”
 “양쪽 다.”
 “좋아 그럼 이 상태로 침대로 가도 양쪽 다 인거다?”

 이런 날이라면 크리스마스도 괜찮지 않나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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