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학수업이 7교시인 넷째 주 금요일. 문학시간은 학생들이 모두 지루하다며 곯아떨어져 버리는 시간이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넷째 주 금요일의 문학시간이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와쨩네 반이 체육시간이라는 것이고 나는 그걸 가장 잘 볼 수 있는 네 번째 줄의 창가자리라는 것이다. 음 아주 중요한 문제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면 그게 내가 한달에 한번 돌아오는 이 시간에 졸지 않는 유일한 이유니까. 아, 또 한명 쓰러졌다. 수업이 시작한지 아직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교실은 마치 징검다리를 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귀를 기울이면 날아다니는 먼지가 책상에 내려앉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정적. 그 속에서 슬쩍 고개를 들어 교과서를 똑같은 톤으로 줄줄이 읽는 선생님을 봤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나한테도 다행인 일이었다.
 다시 평소의 문학시간으로 돌아와 옆으로 눈을 돌리자 창밖에서는 이와쨩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땀을 닦으며, 다리를 움직이며, 웃으며, 50m용 달리기 코스에 서있었다. 이게 늘 내가 이 귀중한 휴식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는 이유다. 역시 웃으니까 더 못생겨지네.
 준비- 땅! 수신호를 보내는 체육선생님과 그에 맞춰서 스타트라인에서 골까지 뛰어가는 이와쨩.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자 창문은 하늘에 녹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와 손을 잡고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없었지만 그것은 도피였다. 그 노파가 우리에게 곧 세상이 멸망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귓가에 흐릿하게 들리는 평탄한 이야깃소리도 그곳에 같이 섞인다.

 우리는 손을 잡고서 어딘가로 멀리 도망쳤다. 마을에 살던 이름도 모르던 노파가 갑자기 우리에게 세상이 멸망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이와쨩은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서, 교복을 입은 채로 손을 잡고서 목적지도 없이 정처없이 걸어갔다. 평소처럼의 농담을 섞어가며 어딘가 높은 곳의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저 멀리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태양빛이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뒤를 돌아보자 태양은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아아,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와쨩과 같이 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옆을 보자 나와 같은 표정인 이와쨩이 있었고 세상은 멸망했다.
 다음은 운석이 떨어졌다. 학교가 무너지고 운 좋게 지루한 교실에서 탈출한 나는 운동장에서 깜짝 놀란 체 얼어있는 이와짱을 만나고 손을 잡고서 또다시 어딘가로 떠났다. 다 무너져버린 건물들 사이를 멀리멀리 걸어 아마도 병원이었던 듯 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조용히 아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체 옆에 붙어 앉아 손을 잡고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옆의 이와쨩과 손을 잡고 있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옅은 진동이 점점 강하게 느껴지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하나하나 스러져갔다. 마지막 건물마저 무너져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창밖을 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손을 다잡았다.  곧 바닥과 동시에 우리 위로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구의 마지막 건물이 무너지고, 아 죽어버렸다.
 어쩌면 AI가 반란을 일으켜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다시 그것들에게서 도망쳐 멀리멀리 손을 잡고 떠나고, 또다시 죽는다. 이번에도 같이였다.
 갑자기 화산폭발이 일어난 때에도, 좀비가 나타나 먹혀버릴 때에도, 생존률 0%의 전염병이 창궐할 때도, 외계인이 쳐들어 왔을 때도, 이와쨩이 늘 보던 영화에나 나올법한 괴수가 바다에서 나타난다 해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같이였다.
 또다시 우리가 갑자기 나타난 재앙 때문에 같이 손을 맞잡고 죽을 때, 종이 쳤다.
딩-동 댕-동
경박할 정도로 가벼운 음이었다.
 
 종소리와 동시에 수업이 끝났고 다시 이와쨩과 나 사이에는 창문이 생겨났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오쿠다 다쓰히로의 ‘세상이 멸망하던 날’을  125p까지 읽어오세요.”
 싫다는 학생들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고 문학 선생님은 곧 앞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야유를 보내던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곧 잊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도 평소처럼 곧 오늘의 수업을 잊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 사람이 오면.
 “쿠소카와. 뭐하냐, 안 챙기고.”
 “이와쨩 왔네. 땀 냄새나! 오늘 7교시 체육이었지?”
 “그러는 넌 계속 수업도 안 듣고 창밖만 보더니만. 부활동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신 차려라?”
이런 이와쨩이니까 좋다. 다시 한 번 왼손으로 이와쨩의 오른손을 잡았다.
 “이와쨩”
 “또 왜?”
 “우리는 세계가 멸망해도 같이 인가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느끼하거든?”
 “그냥 그렇다는 소리야.”
투덜대면서도 부정하지 않는 이와쨩과 함께 오늘만 13번째 잡는 손을 다시 잡고서 가방을 챙기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문학수업이 끝난 3시 50분, 넷째 주 금요일. 지구가 아직 멸망하지 않은 날이었다.


*소설 속 나온 작가와 작품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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