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30살의 마츠카와에게 편지가 왔다. 모르는 주소와 타국의 우표, 그리고 받는 이만 적힌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내가 이와쨩을 죽였어.”

 당황스러운 시작이었다. 마츠카와가 알기로 편지에 적힌 호칭을 쓸 사람은 한 명 뿐이었고 그 호칭을 들을 사람도 한명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 명은 졸업식 날 홀연히 사라진 이후 이제껏 연락두절 실종상태였다. 정말 오이키와가 쓴 것일지 생각하며 편지를 읽어가던 중 끄트머리의 한 문장을 읽고 확신했다.

 "이 편지를 보낸 이유는 네가 유일하게 나를 판단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어진 내용은 간단했다. 그는 한 장의 편지 내내 단 하나만을 얘기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이와이즈미를 죽였다.’
 어깨가 뻐근했다. 그들이 떠난 지 벌써 10년이었다. 정말로 편지 속 말 그대로의 의미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현재일까, 아니면 과거일까. 읽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게 머리가 정리되지 않은 체로 다음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편지는 다음날에도 도착했다. 그 전의 것을 썼을 때보다 진정된 상태로 쓴 것 인지 이번에는 '그 고백'의 다음 것이 적혀있었다.
 “졸업식날 내가 이와쨩, 아니 이와이즈미에게 고백했어.”
 이와쨩에서 이와이즈미로 호칭이 바뀌었다. 마츠카와는 작은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와이즈미가 고백을 받아줬고 우리는 떠났어. 어디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곳으로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그걸 받아준 건 그냥 동정 이였는지도 몰라.”
 자조가 뚝뚝 떨어지는 글씨는 다음 문장에서 자조의 홍수로 이어졌다.
 “그 동정만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텐데. 우리는 행복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곳은 늘 눈이 내리는 곳이야, 아름다운 곳이지. 그런데 우리는 불행해.”
 그는 홍수 속에서 이제 허우적거리는 것 마저도 포기해버린 사람 같았다. 그날의 편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첫날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 고백한 편지는 다음날 이제는 그와 함께 불행하다 적혀있었다. 눈이 오는 곳에서, 일본어도, 영어도 아닌 처음 보는 나라의 언어로. 주소를 손으로 옮겨 적어 검색하며 마츠카와는 다음 편지를 기다렸고 그 다음날 역시나 어김없이 편지가 도착했다. 주소는 저번 것과 같았다. 언젠가 오이카와가 고등학교 때 얘기했던 말이 스치듯 떠올랐다.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창밖으로 오로라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 그런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라면 분명 행복하겠지?’

 그 말에 이와이즈미는 뭐라고 대답했었지? 어느 때처럼 타박이었던가 아니면 긍정이었던가. 십년전의 기억은 이제 더듬어 가기에도 흐릿한 것이었다. 알아본 편지의 주소는 북극 알래스카에 위치한 페어뱅크스였다. 위도 64도에 위치한 북극광(오로라)이 아름답게 춤추는 곳.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불행하다 외치고 있었다.

 세 번째로 온 편지의 내용은 저번보다는 훨씬 평범한 것들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생각보다 요리를 잘한다. 자신은 못하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해줬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볼 때면 이와이즈미의 반응은 생각보다 컸었다. 이와이즈미는 낚시에 제법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등등. 그렇게 한가득 이어진 자랑 같은 말들을 읽어 내려가던 와중에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이와이즈미가 그에게 반응하는 부분만 과거형일까?’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도 행동들은 과거형이 아니었다. 오직 반응만이 그랬다. 그것도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게 보인 것만. 어두웠던 머릿속에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츠카와는 그때 깨달았다. 처음 온 오이카와의 편지의 의미를. 이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야 할까 고민했지만 처음 온 편지가 떠올랐다. 마츠카와에게만 보낸 이유가 오이카와를 판단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결국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한 마츠카와는 매일아침 편지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몇 개의 바다를 넘고, 하늘 꼭대기의 상공에서 몇 시간을 보낸 편지는 매일 계속해서 그의 불안함과 불행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가 더 이상 반응이 없다는 불안을, 내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불행을 그는 그렇게 고백했다. 그렇게 불안하면 바로 전화로 상담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고 마츠카와는 편지의 주소에 회답편지를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이카와가 굳이 편지라는 수단을 사용한 이유가 누군가에게 얘기하고는 싶지만 답은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점점 반응이 없어져.’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내가 괜히 이곳에 오자고 한 걸까?’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같이 가지도 않았을 거야.
 ‘어제 또 싸웠어. 이제 정말 나에게 질렸을지도 몰라.’
정말 네가 싫다면 반응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게 담담한 마음속 대답이 이어진지 몇 달, 계절은 겨울로 바뀌기 시작했다.

 "극광(極光)이라고도 하죠. 지상에서 볼 수 있는 최대의 쇼인 오로라가 곧 극지방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일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북극에 위치한 알래스카에서는 어느 곳 보다 뚜렷하게..."

 늘 흘려듣기만 하던 아침방송에서는 곧 볼 수 있다는 오로라에대해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듣는 마츠카와의 손에는 오늘 아침 오로라의 나라에서 도착한 편지가 들려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것이었다. 늘 외로움을 타던 친구는 여전히 무언가 불안한 것 같았다. 그런 그들도 저걸 보러 갔을까? 화면 속 오로라가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뉴스에서 오로라를 본 다음 날의 우체통은 비어 있었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다음날에도 편지는 도착하지 않았다. 두 계절간 꼬박 연이어 오던 것이 돌연 멈춘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를 다시 살펴봐도 그만 보내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처음 편지를 보냈을 때처럼 멋대로 그만둔 것일까? 마츠카와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첫 편지에서의 고백이 다시금 떠오르며 옅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편지와 함께한 늦여름과 가을, 초겨울이 가고 겨울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겨울이 끝나갈 때 쯤, 틀어놓은 TV에서는 또다시 아침프로그램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올해는 태양풍이 강해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간도 늘었었습니다. 근처에 계신 분들은 다들 백야(白夜)동안 잘 보셨나요?"

 그의 말에 의하면 3달 만에 백야가 끝나 이제 오로라도 마지막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오로라의 마지막 날 돌연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전의 것과는 주소의 끝부분이 다른 것이었다. 열어본 봉투 속에는 백지인 편지지 한통과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오로라를 앞에 두고 눈 위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사진이었다. 10년만이지만, 잊을 수 없는 익숙한 뒷모습들.
사진의 뒷면에는 크고 시원한 글씨가 적혀있었다.

'Matsukawa'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적힌
 '고마워.’
 이건 늘 외로움을 타던, 두 달간 편지를 보낸 친구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3막바지에 이와이즈미에게 생긴 취미, 사진이었지. 학기의 막바지였던 어느 날, 이와이즈미는 다큐멘터리나 사진작가들이 들고 다닐법한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왔었다.
 '본격적이네. 뭘 찍으려고 산거야?'
 '그냥. 뭐든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계속 볼 수 있는 거잖아.'
 '이걸로 우리 졸업사진도 찍는 거야?'
 '그것도 좋겠네.'

 눈을 깜빡이면 스며들 것만 같은 추억이었다. 결국 마지막 졸업사진은 같이 찍지 못했지만 그는 그의 바람대로 그것을 쓰고 있는 듯 했다. 먼 극야(極夜)에서 온 사진을 둘만이 없는 두터운 졸업앨범에 끼워 넣었다. 그 앨범을 다시 먼지가 옅게 쌓인 책장 구석에 넣어놓고서 더 이상 편지가 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마츠카와는 생각했다.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요?”
차를 내오던 아내가 물었다.
 “친구한테서 10년 만에 안부 편지가 왔더라고.”
 “잘 지낸데요?”
 “그런 것 같아. 여전히 속 썩이는 녀석들이지만 그런 대로 다행이지 뭐야.”


 자신의 살인을 고백한 친구도, 그리고 그런 친구를 사랑한 친구도 분명 오로라와 같이 백야에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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